노무현 대통령이 국무총리와의 역할 분담을 언급했다. 노 대통령은 미래지향적 구상에 따라 향후 5~10년간 장기적인 국가전략과제와 부패청산 등에 전념하되, 일상적인 국정업무는 총리에게 맡기겠다는 것이다. 국정책임자로서 큰 틀에서 국정을 추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노 대통령은 책임총리제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아직까지 공약이 제대로 지켜졌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그만큼 책임총리의 업무와 활약이 성큼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역대 정권에서도 헌법이 보장하는 총리의 권한과 활동영역이 명쾌하게 지켜진 적이 없없다. 권력의 중심은 대통령과 청와대라는 이미지가 아직도 남아 있다. 그런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데 역할분담론에 거는 기대가 크다.

역할분담의 일환으로 대통령에게 집중됐던 정보를 총리와 공유하겠다고 밝혔지만, 정보 공유에 따른 업무영역과 책임의 분담은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하다. 역할분담론은 현 정권 출범 직후부터 일부 언론의 비판적 시각 제기와 탄핵 등의 힘겨운 과정을 겪으면서 나온 노 대통령의 구상으로 판단되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그간에 노 대통령은 정쟁의 중심에 서 있었다. 전략적인 차원에서 야당의 청와대 공격이 관행화된 탓이다. 그 와중에서 민생은 뒷전이고 야당과 청와대가 대결국면으로 치달은 경우가 빈번했다. 하여튼 역할분담에 따라 대통령이 정쟁에서 비껴날 수 있다면 다행이다.

이제 노 대통령이 역할분담을 제시한 만큼 총리와 여당은 주어진 권한을 제대로 행사해야 한다. 야당도 대통령을 상대로 펼치는 정쟁을 중단하고, 특히 여당은 정부와의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여 원만한 국정운영과 상생정치의 길을 열어 가 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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