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씨감자 연구 사업이 기로에 섰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이 ㈜보광리소스와 인공씨감자 연구를 진행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세운데 따른 것이다. 생명연은 최근 지식경제부에 보광리소스의 연구소기업 해지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광리소스는 고(故) 정혁 생명연 전 원장 때 설립된 인공씨감자 연구소기업이다. 지식경제부는 생명연과 보광리소스가 3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고 해지 여부를 협의하라는 조정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생명연은 더 이상 보광리소스와 인공씨감자 연구를 진행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정혁 원장의 돌연 사망으로 연구를 지속할 여력이 없고, 보광리소스에서 계약을 위반한 부분도 있다는 게 그 이유다. 故 정혁 원장은 평생을 인공씨감자 연구에 몰두한 인공씨감자의 대부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보광리소스 전 대표의 사기성 투자계약 논란에 휩싸이는 불운을 겪었다.

연구소기업은 대덕연구개발특구 내의 국립연구기관이나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보유한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 기술을 출자하여 설립한 기업이다. 생명연은 인공씨감자의 실용상업화를 위해 보광리소스와 손을 잡고 연구소기업을 설립했다. 생명연은 자본금의 약 20%를 출자했다. 하지만 설립 1년여 만에 문을 닫을 처지에 놓였다. 생명연이 보광리소스에서 손을 떼면 인공씨감자 개발 사업은 중단될 지도 모른다.

감자는 쌀 밀 옥수수와 함께 세계 4대 주식작물의 하나다. 그러나 쪼개 심는 절차가 번거롭고 병균에 잘 감염돼 재배가 까다롭다. 씨감자가 있지만 수분이 많고 커서 저장이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정혁 전 원장은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그가 개발한 인공씨감자는 어른 주먹만한 기존 씨감자를 콩알만한 크기로 줄였다. 이를 특수형태의 무균 조직배양시스템을 통해 시설 내 배양공간에서 연중무휴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길을 터놨다.

인공씨감자가 대량생산되면 단위면적당 감자 생산량을 50%이상 늘릴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인공씨감자가 전 세계 식량부족문제 해결에 큰 기여를 할 걸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런 인공씨감자 개발 사업이 중단되면 국가 차원을 넘어 인류에게도 큰 손실이다. 사업파트너는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인공씨감자 연구 사업은 지속돼야 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