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호 사모했던 18살 그녀, 가수 꿈 안고 무작정 상경, 작곡가 배상태 연습실 찾아,
기타 연주자 서정열과 결혼, 홀로된 어머니 모시려 귀농

▲ 젊어서의 꿈을 찾아 하나둘 음반을 내던 것이 어느덧 4장의 음반을 발매하게 된 조영순씨. 그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주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가수 조영순 씨 제공
“꿈은 이뤄지나 봐요. 저를 믿어주는 가족이 있기에 기분 좋게 노래할 수 있습니다” 중저음의 음색으로 ‘여자 배호’라는 수식어를 얻은 주부 가수 조영순(59) 씨가 첫 싱글앨범 ‘그 정때문에’를 발매하고 음악 활동에 대한 장밋빛 인생을 꿈꾼다.

바야흐로 1960년대. 돌아가는 삼각지, 안개 낀 장충단 공원, 영시의 이별, 추풍령 등 주옥같은 음악으로 여심을 흔들던 가수 배호. 29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지만 그의 음악은 여전히 팬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녀의 나이 18살. 배호를 사모했던 그녀는 가수의 꿈을 안고 무작정 서울 신당동으로 상경한다. 여성치고는 독특한 보이스와 남자들도 소화하기 힘들다는 배호의 꺾기 창법을 구사하는 그녀는 수소문 끝에 ‘돌아가는 삼각지’ 작곡자 배상태 씨 연습실로 향한다.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은 연습실의 사정상 작곡가 배 씨는 배호 모창으로 목소리만 녹음하자고 제안한다. 배호노래를 좋아하는 그녀가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저작권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었던 그 시절. 그녀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거래였다. 당시 연습실에서 기타연주를 하던 배우자 서정열(69) 씨를 만나 노래와 사랑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한다.

조 씨에게 있어 10년 연상 남편 서 씨는 음악을 공유할 수 있는 인생의 귀인이다. 남편은 기타 연주를 하면서 음반을 발표할 정도로 예술적 감각이 뛰어났다. 하지만 어려운 형편으로 그의 분신이었던 기타를 놓아야만 했다. 조 씨 또한 형편이 여의치 않아 두 부부는 남편의 고향 충북 청원군 내수읍으로 귀농해 홀로계신 어머니를 모시게 된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노래 뿐 귀농생활에 어려움을 보이자 남편 서 씨는 아내의 음악적 재능에 물심양면으로 지원한다. 그녀는 배호의 히트곡들을 모아 ‘무진장 트로트’란 앨범을 발매했다. 조 씨의 특유한 목소리에 매료된 팬들이 하나 둘 씩 늘면서 4집까지 발매하는 기적을 일궜다. 수 천 만원의 모든 재정적 지원은 남편의 내조에서 나온 것.

조 씨는 방송국과 축제 등에서 개최하는 노래경연대회를 휩쓴 실력파 가수이다. KBS 전국노래자랑 ‘최우수상’, 주부가요열창 ‘돌아가는 삼각지’로 준우승, 배호가요제 ‘모창상’, 충북도민가요대전 ‘대상’ 등 화려한 수상을 거두며 가는 곳마다 시원스러운 가창력을 선보였다.

요즘 그녀는 그 누구보다 바쁜 삶을 살고 있다. 자신의 자작곡 ‘그 정 때문에’로 월드TV, 실버TV, I-net TV 등 각종 방송활동을 하며 그녀의 입지를 탄탄하게 굳힌다. 또 그녀는 대전배호사랑모임의 회원으로 활동하며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노래재능기부를 펼치고 있다.

조 씨는 “제 이름이 적힌 앨범이 발매되면서 전국 방방곡곡에서 노래할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며 “나이가 있기에 예전과 같은 활동은 어렵지만 어르신들을 위한 공연봉사는 지속적으로 해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주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최정우 기자 wooloos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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