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한남대 교수/대전문협 부회장

원로 아동문학가 윤석중 선생이 타계했다. 정부에서는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하고 고인을 국립묘지에 안장하였다. 국가와 사회에 큰 공헌을 한 인사들이 별세할 때마다 되풀이되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왜 고인 생시에 국가가 할 수 있는 예우를 다하지 못하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훈장 수여 대상은 젊은 나이에 요절한 인사의 경우, 그리고 무슨무슨 날을 기념하는 부문별 포상자를 제외하고는 70∼80대에 접어들어 연령상 더 이상 창조적 활동이나 구체적 기여를 하기 어려운 분들이다. 그러므로 세상을 떠나기 전에 합리적인 평가절차를 거쳐 그분들의 봉사에 대한 응분의 보답을 한다면 당사자나 가족에게뿐만 아니라 사회 차원에서도 의의가 있을 것이다.

훈장은 국가가 주관하는 업적에 대한 공식적인 인정이므로 무엇보다도 그 객관성과 투명성이 관건이다. 과거 정통성 없는 신군부 집권에 이런저런 기여를 한 인사들에게 무더기로 훈장을 수여했던 일이나, 국가원수에게 관례적으로 주는 최고훈장인 무궁화 대훈장을 받은 인물들이 반란죄, 뇌물죄 등으로 재판정에 섰던 것을 지켜본 국민들로서는 사실 훈장의 용도와 수여과정에 대해 그리 긍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 또한 훈장, 포장 등은 명확하고 타당성 있는 공적에 근거해야 함에도 다만 어느 직위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주고받는 것 역시 그 의미를 퇴색시킨다. 정권이 바뀔 때 전·현직 국무위원을 포함한 인사들에 대한 무더기 서훈 역시 훈장의 권위와 가치를 떨어뜨리는 데 일조하였다.

훈장 수여가 특정 목적을 위하여 이용되는 악순환을 차단하고 진정 국민의 존경과 선망의 대상으로 뿌리내리기 위한 개선작업이 필요하다.

국민들로서는 얼마나 많은 종류의 훈장이 누구에게 수여되는지 쉽사리 알 수 없다. 물론 관보나 해당 경로를 통하여 공고되겠지만 일반인들이 접하는 내용은 매스컴에 보도되는 유명 인사, 원로 또는 뚜렷한 업적을 남긴 인물의 경우가 거의 전부이다. 여러 분야의 훈·포장 종류와 서훈 기준을 좀 더 알기 쉽게 국민들에게 홍보할 방안은 없을까. 그리하여 자라나는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훈장의 고귀함과 영예를 일찍 체감해 올곧고 진취적으로 성장하는 작은 나침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특히 문화예술 분야에서 외국인에 대한 서훈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의 경우 최고영예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로부터 단순한 공로 메달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문화보급에 기여한 인사들에게 끊임없이 다양한 서훈을 계속한 결과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프랑스문화 전파세력을 형성하여 그것이 '국가의 힘'을 이룰 수 있었다. 국가발전과 애국애족의 한평생을 살아온 원로로부터 장래가 촉망되고 국위선양에 기여한 젊은 인재에 이르기까지 훈·포장 수여는 대상자가 살아 있는 동안에 가급적 빠르게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윤석중 선생의 어린이 사랑, 문학 사랑에 대한 공로를 좀 더 일찍 인정하여 선생 생전에 훈장을 수여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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