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추천맛집]이재형 기자 ‘추억이 불타는 조개구이’

▲ 이재형 기자가 왼손에 목장갑을 끼고 집게와 젓가락을 사용, 조개를 불판 위에서 굽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 우리나라에 새로 생긴 음식점 세 곳 건너 하나는 조개구이집이란 말이 있었다. 치열하게 경쟁하던 조개구이집은 경기가 살아나며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 장사를 접어야 했다. 대중의 변덕에 배신당한 조개구이 음식점이지만 추억만을 되씹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재형 경제부 기자는 지난 6일 “유성구청 서쪽에 저렴한 가격으로 조개구이 코스요리를 하는 집이 있다”며 ‘추억이 불타는 조개구이’로 안내했다.

이 기자는 퇴근 후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오후 7시 30분으로 예약을 한 상태였다. 하지만 시간맞춰 도착한 식당 문앞엔 자리가 나길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쭉 서있었다. 예약자 목록을 확인하니 우리 앞으로 대기자만 여덟 팀이다.

이 기자는 “몇 해전 동료 전홍표 기자의 안내로 회사 선배들과 들른 이후 단골이 됐다”며 “이 식당은 평일에도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기다리며 조개구이집을 둘러보니 싱싱한 조개를 구입해 식당 앞 수족관에 넣어뒀다가 손질한 다음, 손님들이 직접 구워먹도록 서너 명의 직원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이 기자는 “이곳에 오기 전엔 조개를 선호하지 않았다”며 “맛없는 건 참아도 양 부족한 건 용서못하는데 여긴 양은 물론 맛까지 충족한다”고 칭찬했다.

30여 분을 기다려 배가 슬슬 고파질 때즈음 직원의 신호를 받고 가게에 들어갔다.

식당 안 분위기는 그야말로 화기애애하다.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는 조개 냄새가 구수하고, 조개를 까먹으며 왁자지껄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들 표정에 생동감이 넘친다.

이 기자는 자리에 앉더니 조개구이를 시켰다. 3만 원짜리 단일메뉴를 주문하면, 비단조개부터 홍조개·동죽·골뱅이·개조개·민들·참조개·돌조개·은피·가리비에 이르기까지 2㎏은 족히 돼 보이는 조개류를 한접시 가득 가져다준다.

▲ 조개구이를 주문하면 홍조개·동죽·개조개 등 10여 종의 모듬 조개류를 한접시에 담아 내온다.

이어 어른 손바닥보다 큰 키조개의 껍데기 반을 갈라 썬 후 다시 껍데기에 담은 것도 있고, 조갯살을 도려내 잘게 다져 파·초고추장 등으로 양념해 껍데기째 구워먹게 한 조개구이도 내온다.

달걀말이와 김치부침개 등 서비스 안주를 쉼없이 내오는 걸 보니 과연 ‘코스요리’라 부를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조리는 손님이 직접한다. 이를 위해 하얀 목장갑과 집게·가위 등을 준다.

▲ 이재형 기자가 조개를 굽기위해 불판 위에 올려놓으며 입맛을 다시고 있다.
이 기자는 왼손에 목장갑을 끼고 조개를 불판 위에 얹어 뒤집어가며 굽기 시작한다. 함께 놓인 냄비에도 작은 조개 몇 알을 넣어 국물이 펄펄 끓길 기다린다.

껍데기가 타면서 자잘한 조개까지 입을 벌려 속살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저절로 젓가락이 바빠진다.

장갑 낀 손으로 껍질을 헤집고 살을 발라내 먹어보니, 짭조름한 살맛은 씹을수록 달콤하고 고소하게 입안을 감돈다. 조개 종류에 따라 맛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며 먹는 것도 재밌다.

이날 취재엔 이 기자를 따라 예전에 와본 후 단골이 된 신현종 사진부 차장이 뒤늦게 합류, 총 3명이 조개구이를 배불리 나눠 먹고 약간 남겼다.

신 차장은 “일반적인 식당은 음식에 따라 '몇 인분'인지 명확해 적게 시킬경우 주인 눈치를 보게 되는데 여기선 그런 게 없어 편안하다”며 “인근에 카이스트나 충남대가 있어 학생들도 찾지만 저렴한 가격 때문인지 회식하는 직장인이나 가족단위 손님이?많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기자는 “대여섯 명이 함께 와서 3만 원짜리 조개구이 하나를 시켜 소주잔을 기울이며 밤새는 줄 모르고 앉아있어도 눈치 주지 않는다”고 동조하며 “그럴 때 조개구이만으로 허전하다 싶으면 마무리로 라면을 추가하면 좋다”고 조언했다.

조개는 아연·구리·철 등 필수 미네랄이 풍부한 해산물이다. 입맛 없고 나른할 때 조개가 열여주는 맛의 향연 속으로 빠져들어보면 어떨까. 권도연 기자 saumone@cctoday.co.kr?동영상= 허만진 영상기자 hmj1985@cctoday.co.kr

추억이 불타는 조개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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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메뉴: 조개구이(3만 원), 조개탕(3만 5000원), 구이굴(10㎏·3만 원), 낙지(1만 5000원), 대하구이(2만 5000원), 알밥(4000원), 라면(3000원), 공깃밥(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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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문의: 042-862-9294

△영업시간: 오후 6시부터 새벽 3시까지

△주차: 별도 공간 없음

△주소: 대전시 유성구 어은동 1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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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집 뒤안길】 “잡은 고기 놓아줘도 즐거워요”

누군가 ‘저 낚시 다녀요’라고 할 때 그게 ‘전 사려 깊고, 느긋하고, 윤리적이고, 점잖고, 고독과 사색을 즐기면서, 약간 철학적이고 자연을 사랑하며, 깨달음에 흥미를 느끼는 유형이예요’라는 말로?들릴 때가 있다.

낚시꾼에 대한 지나친 예찬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찌를 가만히 바라보며 고기가 와서 물어주길 기다린다는 게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면 그런 해석이 억지라고만은 할 수 없지않을까.

이재형 경제부 기자는 낚시광이다.

낚시라는 취미에 드리워진 불명확한 의미를 걷어내고 사람만 보더라도 그는 때가 아니면 기다릴 줄 아는 여유가 있어 보이고, 올곧은 것을 선호할 사람으로 보인다.

낚시에 빠져 있는 이 기자에게 낚시 잘하는 법을 물었다.

“달려든다고 잘 잡히는 게 아니니 ‘월척으로, 많이 잡아야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그저 무심하게 찌를 쳐다보노라면 언젠가 낚게 돼요. 그리고 전 고기를 잡은 뒤엔 항상 다시 놓아 줘요.”

잡은 고기를 놓아줄 거면서 그는 왜 낚시를 할까?

“찌를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을 비우는 데 도움이 되고, 무엇보다 고기를 잡는 순간의 희열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잡은 물고기를 놔주는 그에게 낚시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낚시하는 행위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는다는 그의 말을 듣고, 빈 낚싯대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았다는 강태공을 떠올렸다.

▲ 조개구이의 서비스 안주로 나온 큼직한 계란말이<오른쪽>와 조개국

▲ 불판 위에 오른 조개

▲ 조갯살을 도려내 썰어 파·초고추장 등으로 양념을 한 후 다시 껍데기에 올려 구워먹도록했다.

▲ 조개껍데기를 은박호일로 감싼 후 껍질에서 뗀 조개를 먹기 좋게 썰어 올린다음 구워먹을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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