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평 연꽃봉사회, 매주 115명에 반찬 배달

밑반찬 봉사 활동 중인 증평 연꽃봉사회 회원들. 이용민 기자
밑반찬 봉사 활동 중인 증평 연꽃봉사회 회원들. 이용민 기자
밑반찬 봉사 활동 중인 증평 연꽃봉사회 연태숙 회장(오른쪽). 이용민 기자
밑반찬 봉사 활동 중인 증평 연꽃봉사회 연태숙 회장(오른쪽). 이용민 기자

[충청투데이 이용민 기자] '딱딱딱딱딱' 오전 9시가 막 지난 아침. 증평여성회관 지하 1층 조리실에선 도마에 부딛는 칼날 소리가 경쾌하다. 오늘의 메뉴는 아욱된장국, 애호박볶음, 멸치볶음, 연두부와 양념장, 팥죽이다.

증평군 연꽃봉사회는 2020년부터 매주 밑반찬 배달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멸치만 해도 17㎏. 115명분을 준비하기 때문에 포장을 뜯고 재료 손질하는 것도 큰일이다. 봉사가 있는 수요일 오전은 전쟁터다. 점심시간 맛집 주방을 방불케 할 정도로 분주하다. 생업을 하면서 시간을 쪼개 봉사에 참여하는 이들이 많아 오전 내 조리, 포장을 마무리해야 배달이 순조롭게 이뤄진다. 또 설겆이와 청소할 시간이 따로 없어 조리하는 틈틈이 거대한 솥을 닦고 바닥을 쓸고 한다. 오전 내 잠시 한숨 돌릴 틈 없이 움직여야 시간싸움에서 웃을 수 있다.

눈코뜰새 없이 음식을 준비하다보면 화구 열기도 잊고 앞치마를 태워먹기 일쑤다.

조리부터 배달까지 밑반찬봉사에는 인원이 많이 필요해 새마을회, 적십자회, 의용소방대 등 지역 봉사자들이 다양하게 참여하지만 주축은 연꽃봉사회다.

연꽃봉사회는 2003년 무료급식봉사로 출발한 단체다. 무료급식을 하다 보니 먼 곳에 살거나 몸이 불편해 다니기 어려운 분들이 있는 걸 알게 됐고 재가노인 밑반찬 봉사에 참여할 기회가 오자 주저하지 않았다.

증평군에서는 처음 밑반찬 배달을 시작하며 일정 기관에 사업을 위탁하는 방식을 추진하려 했지만 원칙적으로 식재료비 지원만 가능해 자칫 중단될 수도 있었다고 한다.

김남순 증평군자원봉사센터장은 "조심스럽게 연꽃봉사회에 물어봤더니 흔쾌히 하겠다고 나오더라. 고맙기 짝이 없었다"고 말했다.

연꽃봉사회는 전천후 만능 봉사꾼이다. 일손봉사, 새마을회 활동, 도배와 집청소를 거들기도 한다. 어려운 이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피어나는 연꽃이다.

연태숙 회장은 “국처럼 전날 준비작업이 필요한 음식들도 있어 사실상 이틀을 나와야 한다. 회원들 각자 생활이 있어 매주 나온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수년째 묵묵히 일해줘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봉사회 회원들은 한여름과 한겨울 한달씩 쉬는 걸 빼면 사실상 1년 300일은 봉사에 참여하는 셈이다.

봉사회 초기 막내로 활동을 시작한 연 회장은 재작년 환갑이 지났지만 봉사회에서는 젊은 축에 속한다. 20여년간 꾸준히 활동해온 언니 연꽃회원들이 많다는 얘기다.

연 회장은 “어르신들의 웃음을 보면 스스로 보람을 느낀다. 반찬을 전해 드리며 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나누는 것도 기쁨”이라며 “앞으로도 회원들과 함께 힘닻는 데까지 어려운 분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용민 기자 lympu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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