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피신청권, 당사자 유일한 대항권 작용
피해자의 기피신청권 침해 해석 나와
악용 가능성 등 보완책 함께 마련돼야

학교폭력 심의위원회. 그래픽 김연아 기자. 
학교폭력 심의위원회. 그래픽 김연아 기자.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또한 학교폭력 심의 당사자들에게 위원 명단을 사전에 공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26일 인권위 취재 결과 학폭 심의위원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당사자들의 기피신청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답변했다.

보통 기피신청권은 심의위의 중립성, 객관성,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당사자의 유일한 대항권으로 작용한다.

인권위는 관련 법에 따라 학폭위 자체는 비공개가 원칙이나 이는 어디까지는 외부에 대한 비공개를 의미한다고 결정했다.

실제 최근 대구에서도 유사 사건으로 학부모가 인권위에 진정을 넣은 사례가 있다.

학폭 신고학생의 학부모가 심의 전 심의위원에 대한 기피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참여위원의 명단과 정보를 해당 교육지원청에 문의했지만 인권침해를 이유로 반려됐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기피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최소한의 정보가 학폭위 개최 전에 적절한 시간을 두고 당사자에게 주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학폭위 개최 전후로 위원에 대한 정보를 진정인에게 알려주지 않은 교육지원청의 행위는 헌법상의 적법절차 원칙에 위반돼 피해자의 기피신청권을 침해한 것으로 해석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심의위원들의 정보가 공개될 경우 공정성이나 2차 피해를 우려해 정보를 사전 차단하는 것은 납득할 만한 이유가 되지 못하다"며 "민·형사 소송에서 재판부도 부장판사 등 본인의 소속과 성명을 공개하고 있으며 전국에 유사한 심의위원회도 대부분 정보를 공개해 투명성을 높이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에 대한 당사자의 기피신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해당 교육지원청으로부터 업무처리와 관행을 개선할 것 권고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명단을 공개하더라도 심의 결과에 영향이 가지 않도록 보완책이 함께 모색돼야 한다.

개인정보 유출 및 악용 가능성 등 학생과 학부모의 책임을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대전동부교육지원청 담당 장학사는 "사전에 명단 정보가 당사자에게 공개될 경우, 불필요한 접촉이나 악성민원, 2차 가해 등 여러 부작용이 유발될 수 있는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 같다"며 "대전동부교육지원청은 지난해까진 현장에서 바로 얼굴만 보고 학부모들께 기피위원을 선택하도록 했는데 그래도 올해부터는 식별 확인 후, 별도 공간에서 시간을 두고 신청하도록 개선했다"고 답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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