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장 들어가기 전까지도 심의위원 명단 확인 못해
현장에서 얼굴보고 판단해야… 진술 현장서 신청 받기도

학교폭력 =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학교폭력 =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학교폭력심의 조치결과에 대한 책임은 강화되고 있지만 심의위원에 대한 기피신청은 형식적으로 진행돼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위원들의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심의 당일 현장에서 얼굴만 보고 기피 신청을 받고 있는 건데 요식행위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학부모와 학생은 학교폭력 심의 전 공정성에 의심이 가는 위원이 있으면 기피신청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진술장에 들어가기 직전까지도 이들은 어떤 심의위원이 들어오는 지 알 수 없다.

심의 당일 진술장에서 위원들의 얼굴만 보고 현장에서 기피위원을 찍어내야 한다.

기피신청은 분쟁당사자에겐 매우 중요한 절차다.

실제 2019년 서울의 한 중학교 학폭위에서는 학부모가 불공정 심의가 우려되는 심의위원에 대한 기피신청을 했다가 심의가 거부됐고, 오히려 징계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후 해당 학생은 이후 행정소송을 통해 승소했다.

또 다른 지역에선 가해학생의 변호인이 학폭심의를 맡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문제는 공정성, 사전접촉을 이유로 심의위원의 정보가 철저하게 차단돼 기피신청 절차가 제대로 활용되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이다.

한 대전지역 학부모는 "학폭심의 현장에선 심의위원이 누구인지 소개도 하지 않고, 수 분 만에 얼굴만 보고 기피 신청할 건지 묻는다"라며 "얼굴을 보여줬으니 문제가 없다는 건 철저히 행정 편의주의 사고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대전시의회 제272회 임시회 상임위원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지적되며 최소한 현장이 아닌 따로 나와서 기피 신청을 받을 수 있도록 강조한 바 있다.

당시 이중호 대전시의회 의원(국힘·서구5)은 "심의 당일 상대방 앞에서 기피위원을 찍어 내라는 건 당사자에겐 부담이다. 시간이 좀 더 소요될 지라도 얼굴을 꼭 확인하고, 따로 나와서 기피 신청을 받는 게 맞다"고 발언했다.

현재 대전동부교육지원청은 별도의 공간에서 기피신청을 받도록 개선된 반면 대전서부교육지원청은 여전히 진술장에서 기피신청을 받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소속 학교폭력 전문 이지헌(법무법인 대건) 변호사는 "기피제도는 심의위원의 공정성 확보하기 위함이다. 재판을 하는 판사도 마찬가지다. 심의위원의 기본적인 프로필을 알아야 기피신청이 가능한데 현재 아무런 의미 없는 제도로 사문화 됐다"며 "다른 심의위원회와의 형평성과도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개인의 사적인 내밀한 정보를 공개 하라는 것이 아니라 불공정 심의 가능성을 가려낼 기본적인 인적사항만 공유하자는 의미"라며 "가뜩이나 전문성 문제로 조치결과에 대한 소송이 빈번한데 이들의 정보까지 비공개한다면 학부모들은 심의 결과를 더욱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보 공개 시 사전접촉, 2차피해 등 부작용에 대해선 "심의 직전에 제공 한다거나 이름과 소속, 자격정도만 공개한다면 크게 걱정할 부분은 아니라고 본다"며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비위행위일 뿐이지 그 가능성 때문에 다수의 기피권을 침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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