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Together-세상과 함께 산다는 것’
대전이응노미술관서 6월 9일까지 전시
중년작가들, 본인 삶·경험 작품에 투영
사윤택, 회화성에 대한 고민 담은 작품
정용일, 인간의 삶·죽음·희열·고통 표현
이동욱, 불안의 표상·불안의 해소 상징
김해숙, 본다는 것에 대한 질문과 고민

▲ 25일 이응노미술관 기자간담회 중 정용일 작가가 본인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정민 기자

[충청투데이 조정민 기자] 대전이응노미술관의 ‘Together-세상과 함께 산다는 것’ 기획전이 오는 6월 9일까지 진행된다.

이에 지난 25일 이갑재 대전이응노미술관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번 기획전 작품 및 작가 소개와 앞으로의 운영 방향 등을 발표했다.

이번 전시는 이응노 화백 이후 한국 현대미술 흐름과 작가들의 움직임을 조명하고 작가 일상과 변화가 현대미술작품에 녹아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응노는 서화 이후 새로운 예술의 길을 열었다.

사생은 시각적 사실성에 머물지 않고 세계, 매체, 삶과 예술 간 문제를 통해 갈등과 충돌, 대화 등에 대한 문제를 넘어 확장하고 예술의 영토를 넓혀 나간 바 있다.

이응노의 풍부하고 체질화한 작가적 정신은 유럽 현대예술을 만나 추상, 군상 제작으로 이어졌다.

이후 30년의 체험 끝에 1958년 ‘용구의 혁명’이라는 매체의 윤리를 넘어 현대 미의식, 담론 상황을 만나 다양한 작품과 작가의 한계를 극복해나갔다.

작가정신과 매체에 대한 고민은 이응노의 작품세계 중에서도 중요한 부분으로 볼 수 있다.

이에 이번 ‘Together-세상과 함께 산다는 것’ 전시 참여 작가들 또한 치열하고 뜨거운 여름이 지나 어느덧 사회에 적응하고 이해하는 세대에 접어든 점에 집중했다.

사회에 대한 반항보단 사회에 적응하는 게 먼저인 이들, 중견 작가들의 작업을 선보이는 자리다.

이응노와 유사한 길을 걷고 있는 ‘동시대 작가들의 생각, 경험의 전망을 현재 시점에서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를 고찰해보는 기회의 장으로 마련됐다.

이번 이응노미술관의 기획전에는 사윤택, 정용일, 이동욱, 김해숙 총 4명의 참여작가가 40여점 작품을 선보인다.

이응노미술관이 직접 발로 뛰며 섭외한 활발한 활동 중인 현대미술 작가들로, 이번 전시를 기점으로 중견 작가에 대한 지원을 활발히 할 예정이다.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지원함으로써 시민들에 인식될 수 있고, 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기획전이 진행되는 전시장의 1전시장은 ‘이응노미술관’의 정체성인 이응노 화백 작품 상설 전시로 구성됐다.

이어 첫 전시장인 2전시장에서는 두 명의 작가가 소개된다.

▲ 25일 이응노미술관 기자간담회 중 사윤택 작가가 본인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정민 기자
▲ 25일 이응노미술관 기자간담회 중 사윤택 작가가 본인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정민 기자

먼저 사윤택 작가는 회화성에 대한 고민을 작업 주제로 삼았다.

시대적 변화에서 기인된 회화의 고유한 방법론적 태도에 좌절을 겪으며 올드미디어의 자기정체성 발현이 동시대 예술에서 여전히 유효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

사 작가는 "작품을 만들어낼 때 장면과 기억에 관한 것들에 집중하곤 한다. 일상 속 기억에 잠재된 무의식이 담긴 작품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정용일 작가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무(巫)의 초월성을 바탕으로 자연과 인간의 어우러짐 속 인간의 삶과 죽음, 희열, 의지, 고통 등을 작품으로 담아내고자 했다.

정 작가는 앞서 진행됐던 개인전에서 이응노미술관과 연이 닿아 이번 기획전에도 참여하게 됐다.

옥천 배경을 작품의 주요 소재로 삼는 그는 옥천 강을 통해 낯선 경험을 할 수 있는 작품으로 발전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 25일 이응노미술관 기자간담회 중 이동욱 작가가 본인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정민 기자
▲ 25일 이응노미술관 기자간담회 중 이동욱 작가가 본인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정민 기자

이어 두 번째 전시장인 3전시장에서는 이동욱 작가의 작품이 소개된다.

이동욱 작가의 ‘풍선’ 작업은 그가 27살에 겪은 공황장애에서부터 시작됐다.

불안증, 공황에 시달리다 붉은 풍선 하나가 어둠 한 켠에서 떠오르는 환영을 목격, 이후 그를 끌어올린 희망의 상징이 됐다.

불안의 표상이자 동시에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매개물로, 또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창틀로 작품에 등장한다.

개인의 서사와 사회 현상을 교차하고, 비극적인 배경과 달리 밝고 화려한 풍선의 이미지를 대조하는 작업을 통해 강한 인상을 남긴다.

▲ 5일 이응노미술관 기자간담회 중 김해숙 작가가 본인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정민 기자
▲ 5일 이응노미술관 기자간담회 중 김해숙 작가가 본인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정민 기자

마지막 전시장인 4전시장에는 김해숙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다.

김해숙 작가는 사진 이미지를 직접 손으로 잘라내는 기법을 통해 도시건물에 비춰진 다른 건물이나 이미지 자체를 주제로 작업 중이다.

‘도시거울’ 시리즈는 ‘본다는 것’에 대한 질문이자 고민이다.

다를 바 없는 똑같은 세상을 다시 보고, 새롭게 보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음을 통해 ‘예술’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

쉽게 지나칠 수 있는 흔한 소재들에서 특별함을 찾아 건져올리는 그의 입체적인 작품을 기대해볼 수 있다.

이갑재 이응노미술관장은 "개관이래 이응노미술관은 여러 기획전으로 현대미술과 이응노 화백의 접점을 찾는 전시로 다채로운 기획을 준비해왔다"며 "이번 전시 역시 그의 궤를 함께하는 전시로, 이응노 화백과는 다른 시대, 다른 공간에서 성장했으나 본인의 삶과 경험을 고유한 작품세계에 투영하고 심화시킨 현대미술 작가들의 흐름을 접할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정민 기자 jeongmi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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