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 본회의장. 사진=연합뉴스.
국회 본회의장.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국민이 사회적 지위가 가장 높은 직업으로 국회의원을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와 달리 미국과 독일은 소방관을 직업 1위에 꼽았고, 국회의원의 경우 전체 15위 중 하위권에 속했다. 한국의 경우 국회의원 직업에 대해 여전히 특권층이란 인식이 강하다는 것인데, 현 국내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적 평가와는 매우 상반된 결과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직업의식 및 직업윤리의 국제비교 연구’를 보면 15개 직업의 사회적 지위를 5점 척도로 조사했다. 한국에선 국회의원이 4.16점으로 1위를 기록했고, 약사(3.83점)와 인공지능전문가(3.67점) 등이 뒤를 이었고, 건설일용근로자(1.86점)가 최하위인 15위였다. 1위에 오른 국회의원과 건설일용근로자의 격차는 2.3점으로 유독 한국의 직업 간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 같은 조사에서 아시아권인 일본과 중국 모두 국회의원이 1위에 올랐지만, 최하위 직업 간 점수 격차는 0.93점과 1.68점으로 한국과 차이가 컸다.

한국에선 소방관(3.08점)이 15개 직업 중 11위를 기록한 반면 미국과 독일은 모두 소방관이 1위에 꼽혔다. 이번 조사를 보면 우리 국민이 바라보는 정치인들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할 일은 제대로 안 하고, 정쟁만 일삼는 풍토로 정치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사회적 지위는 월등히 높다고 평가하는 현실이 아이러니할 수밖에 없다. 선진국으로 평가되는 미국과 독일에서 국회의원의 사회적 지위가 하위권(12위, 10위)에 그쳤다는 사실만 봐도 한국 국회의원이 특권계층이란 말이 틀리지 않는다.

국회의원의 특권 폐지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선거 때만 되면 각 정당에서 ‘국회의원 특권 폐지’를 당연한 듯 대표공약으로 내건다. 오는 4·10 총선을 앞두고 여야 할 것 없이 특권 폐지를 부르짖고 있으나, 결국 국민은 말뿐인 공약이란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 국민은 투표라는 수단으로 정치를 심판할 수 있는 엄중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을 위한 진짜 일을 하는 국회의원을 뽑는 일이야말로 정치특권을 바로잡는 가장 좋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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