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설익은 교육정책, 멍드는 지역 공교육] ④ ‘상호 약탈식’ 정책 무학과 강행하는 교육부
학과보다 대학 ‘이름값’에 더 의존하게 해
수도권 학생 쏠림·지방대 위기 심화 시켜
기초학문 폐과·중도탈락률 가속 부작용도

한 대학에서 학생이 계단을 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대학에서 학생이 계단을 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재정 지원을 상호 약탈식으로 하고 있어요. 적자생존, 우성열패, 약육강식으로 대학을 밀림의 세계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 지금 교육부의 고등교육 정책입니다."

남중웅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 위원장 겸 국립한국교통대 교수가 최근 교육부의 무학과·무전공(이하 무학과) 확대 기조에 관해 이같이 평가했다.

2025학년도 대입에서 특정 전공·학과 구분 없이 신입생을 일정 비율 이상 모집하는 국립대와 수도권 대학에 재정지원사업 가산점을 부여하기로 한 교육부의 결정은 혼란만 초래할 뿐 대학에도 학생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남 위원장의 주장이다.

학생의 전공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대의명분 아래 대학의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그 과정에서 고등교육의 공적 기능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대학가에서 우려하는 무학과 확대의 부작용은 크게 기초학문 고사와 대학 줄 세우기 심화 등 두 가지다.

무학과로 입학한 학생이 이후 학과·전공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같이 소위 취업 잘되는 학과로 선택이 편중돼 인문·철학 같은 기초학문이 폐과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무학과는 입시에서 학생이 학과보다 대학의 ‘이름값’에 더욱 의존하게 해 대학 서열화, 수도권 학생 쏠림, 지방대 위기를 한층 심화시킬 수 있다.

남 위원장은 "역사, 문학, 철학을 예로 들면 국가의 근간을 만드는 데 있어 굉장히 중요하다"며 "그런데 무학과 입학 확대와 이후 인기학과 쏠림이 이어지면 이를 가르칠 학과는 교수도, 강의실도 유지할 수 없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즉 학생의 전공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도 학생이 대학에 들어와야 가능하다는 의미다. 교육 수혜자를 위한 무학과 확대지만 정작 학생 당사자 사이에서도 외면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앞서 자유전공학과, 자율전공학부 등의 명칭으로 대학마다 도입한 무학과가 다른 학과보다 학생 중도탈락률이 높았다는 것이 그 방증이다. 실제 본보가 대학정보포털인 대학알리미에서 지난해 충청권 대학 1612개 학과의 중도탈락률을 분석한 결과, 전체 평균은 5.4%였지만 학과명에 ‘자유’ 또는 ‘자율’이 들어간 10개 학과는 9.9%로 약 2배 높았다.

충청권 소재 국립대 관계자는 "1학년 전공 탐색 과정에서 학생의 진로에 맞는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아닌 재수나 반수를 염두할 수도 있다"며 "교육부 정책으로 급증할 무학과 학생의 관리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김효신 교육부 지역혁신대학지원과장은 "학생의 전공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정책 기조"라며 "기초학문 고사, 학생 중도탈락 등의 우려는 대학의 학사 운영, 학생 전담 관리 등의 노력에 달려 있다"고 반박했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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