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종 옥천군선거관리위원회 사무과장

요즘 뉴스를 접하다 보면 집단지성이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집단지성이란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하거나 경쟁하여 얻게 된 집단의 지적능력을 말한다. 미국의 경영학자 제임스 서로위키는 1907년 영국에서 행한 황소의 무게를 알아맞히는 실험에서 다수의 대중과 소수의 황소 전문가들이 수차례 대결을 벌인 결과, 다수 대중의 평균치가 더 정확했다면서 대중의 지혜를 높이 평가했다.

디지털 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집단지성을 실감하는 사례는 더 많아지고 있다. 소비자는 맛집을 이용하거나 제품을 구입하면서 별점과 후기를 참고하고, 기업은 제품 개발이나 마케팅을 위한 아이디어를 대중에게 얻기도 한다. 미미하다고 여겨지는 개인의 생각이 총의를 모으는 과정에서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것도 일종의 집단지성이라 할 수 있다. 투표지에 담긴 국민의 의사를 통해 입법부를 구성하고, 국가와 우리 지역을 위한 최적의 정책을 현실에 구현해낸다. 소수의 엘리트보다는 다수의 국민이 내린 결정이 옳고 합리적이라는 집단의 지혜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집단지성도 편향되고 왜곡된 정보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될 수 밖에 없다.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은 ‘글로벌 위험보고서 2024’에서 앞으로 2년간 전 세계가 직면할 최고 위험 1위를 인공지능과 가짜뉴스를 꼽으면서 이들의 파괴적 능력을 경계했다.

가짜뉴스는 사실이 아닌 내용을 담고 있으며, 누구나 흔히 접할 수 있는 유튜브, SNS 등의 인터넷 플랫폼에 섞여 빠르게 전파된다. 직관적이고 자극적이며, 같은 정치적 신념을 지닌 집단에 강하게 어필한다.

일단 정보에 대한 믿음이 자리 잡으면 그것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매우 어려워지고 상대방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혐오 문화를 확산하면서 ‘우리 vs 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촉진한다. 결국 가짜뉴스는 유권자의 건전한 공론의 장을 훼손함으로써, 여론을 왜곡하고, 왜곡된 민심은 선거에 그대로 반영된다.

지난 미국 대선과 최근 치러진 대만 총통선거에서도 가짜뉴스의 위력은 입증된 바 있다. 2020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에게 패배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트위터를 활용한 가짜뉴스 여론전을 멈추지 않았고 이에 선동된 그의 지지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 선언을 막기 위해 의회를 점거하는 사태를 일으켰다. 대만 총통선거에서는 반중국 성향 후보를 겨냥한 AI(인공지능) 기반 가짜뉴스가 연일 쏟아지면서 유권자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우리나라에서도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4월 10일 예정된 가운데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선거일 전 90일부터 AI 등을 활용한 선거운동 영상물 등 유포가 금지됨에 따라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허위사실공표·비방 특별대응팀을 편성·운영하는 등 가짜뉴스에 적극 대응 중이다.

그러나, 결국 중요한 것은 유권자의 역할이다. 넘쳐나는 가짜뉴스 속에서 유권자 스스로 올바른 정보를 선별하여 습득하는 합리적 지성이 필요하다. 선거철마다 재생산되는 가짜뉴스에 순응하는 순간 집단지성은 어리석음으로 변할 수 있다. 다가오는 국회의원선거! 유권자들이 합리적인 집단지성을 발휘해 별점과 후기가 좋은 정치인이 당선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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