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대전 문화시설 인프라, 무조건 늘리는 게 능사인가
下. ‘보릿고개’ 대전시, 재정조달방안 있나…외형보단 내실
市 재정건전성 악화에도 수천억대 무리한 문화시설 개발 계획 발표
음악전용공연장·제2시립미술관, 先 디자인 後 설계 방식도 지적나와
“사업별 우선순위 재검토”·“수요자 중심 컨텐츠 초점 맞춰야” 목소리

대전 문화시설. 그래픽=김연아 기자
대전 문화시설. 그래픽=김연아 기자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지방재정 위기 속 대전시가 무리한 문화시설 건립 계획을 세우며 외형보단 내실을 갖춰야 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대규모 지방채 발행은 물론 재정안정화기금까지 대거 끌어 써야 하는 형국인데 개발 위주의 문화정책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대전시는 2008년 이후 처음으로 내년도 예산을 축소했다.

정부 보통교부세와 지방세 수입까지 줄며 살림살이에 빨간 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내년 2400억원대의 지방채는 물론 통합재정안정화기금까지 손을 댔는데 이것도 모자라 기금 활용 비율을 기존 85%에서 97%까지 늘리는 조례 개정까지 추진되고 있다.

재정건전성 악화에도 수천억 대 문화시설 개발 계획들이 발표되며 지역사회는 우려 섞인 시선이 적지 않다.

원점에서 사업별 우선순위를 재검토하고 정말 필요한 사업 위주로 재원을 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대전시는 음악전용공연장과 제2시립미술관을 ‘선’ 디자인 ‘후’ 설계 방식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두 사업의 추정사업비만 최소 3700억원이다.

현재 각각 자체 타당성조사 중인데 공교롭게 둘 다 대전시 출연기관인 대전세종연구원이 용역을 수행하고 있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정책연구 중심의 대세연이 전문 영역인 공연·전시장 건립사업의 타당성 조사 연구를 전문적으로 수행할 지 의구심이 든다"며 "공연장이나 미술관 사업은 초기단계부터 전문인력풀이 굉장히 중요하다. 공연장이나 전시관 건립 유경험자들의 인력체계를 구축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내실 있게 기본계획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포항시립미술관 제2관을 건립 추진 중인 이보경 포항시립미술관 학예팀장 역시 디자인보다는 컨텐츠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철’의 도시 포항의 색깔을 담은 포항제2시립미술관은 내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보경 학예팀장은 대전시립미술관에서도 근무한 경험이 있다.

그는 "건물을 예쁘게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 속에 담긴 컨텐츠가 무엇이냐가 관건"이라며 "대전도 단순한 분관개념이 아닌 기존 과학예술 컨텐츠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시민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외형이 아닌 수요자 중심의 컨텐츠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지역 연고, 원로 예술인 특화전시관으로 건립 중인 이종수미술관은 지난 7월 문화체육관광부 사전 심사 탈락 후, 새 판을 짜고 있다.

대전시는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을 채용해 새로운 추진 방향을 수립 중인데 전문인력은 단 1명 뿐이다. 정부 사전평가 문턱을 넘어서려면 건립 방향성과 중·장기적인 컨텐츠 개발은 선택이 아닌 필수요건이다. 그럼에도 이를 뒷받침할 사업 추진 체계는 미흡하다. 자원과 인력은 한정돼 있는데 계획된 신규 인프라는 너무 많아 지자체 차원에서 과연 감당이 가능할 지도 의문이다.

이희성 대전문화정책포럼 대표(정책경영대학원 교수)는 "인프라 사업은 수요조사라던가 대전시 자체적으로 기본적인 타당성 연구가 필요한데 현재는 의견수렴 절차도 전혀 거치지 않은 채 행정절차가 역행하고 있다"며 "문화시설은 건립 이후, 운영 관리가 문제다. 수익 보다는 결국 큰 비용이 지출될 수밖에 없다. 지역 예술인의 수요가 충분하고, 가동률이 얼마나 나올지를 정확히 따져보고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의견을 전했다.

<끝>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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