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교·대전본사 교육문화부 기자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대학생 사이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우리는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가.

대학가에 들끓고 있던 선후배 사이 ‘갑질’ 논란을 취재할 당시 머릿속을 가득 채운 질문이었다.

"미성년자가 아닌 성인 사이 문제라 학교 폭력처럼 개입할 순 없죠." 교육부의 답변은 이러했다.

초·중·고 학생과 달리 성인인 만큼 학교 폭력 사안처럼 다룰 수 없고 정부의 개입이나 관여해야 할 범위도 뚜렷하지 않다는 것.

과거 정부가 내놓은 교육계 갑질 근절 방안에서도 대학생 사이의 문제는 제외됐다.

교수와 학생, 교수와 학부모 등 관계에 비해 ‘위계질서’를 원인으로 삼기엔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게 교육부의 답변 중 일부였다.

교육계는 간과했다. 대학생 사이의 위계는 더욱 견고하며 이로 인한 인권 침해는 더욱 잔혹할 수 있다.

최근 발표된 한 연구 자료에선 전국 4년제 대학생 10명 중 3명 가량이 학교 폭력을 목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비수도권에서 폭력이 더욱 만연했고 언어·신체·사이버 폭력과 성추행·성폭력, 강제 심부름, 집단 따돌림 등 다양한 형태로 폭력이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케이스 중 선배가 가해자인 경우가 49%로 가장 많았고 친구와 동기가 27.5%로 뒤를 이었다.

신고는 대체로 이뤄지지 않았다. 피해 당사자 97.5%, 목격자 66.3%가 경찰과 대학 측에 알리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현행 고등교육 시스템에서는 학내 폭력을 신고한들 퇴학이나 전학 등 조치가 있을 리 만무하다.

동일 전공 내에선 사회 진출 이후에도 유사 직종에서 가해자와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 대학 관계자들은 진로의 폭이 좁다면 가해자가 피해자의 앞길에 훼방을 놓는 일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봤다.

학교 폭력은 반복되며 진화하고 나날이 교활해지고 있다. 대학 진학률이 70%에 육박하는 만큼 초·중등 교육계 문제로만 국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학의 책임도 막중하다. 각 대학이 선별해 모집한 구성원 내에서 벌어지는 일인 만큼 학생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거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해 3월부터는 대학 내 인권센터 설치가 의무화됐다.

이를 통해 예방과 대응 체계를 마련할 수 있지만 각 대학의 역량과 의지에 따라 센터 구성과 권한 등이 천차만별이고 학생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차도 크다.

정부도, 대학도 학교 폭력에 대한 입장이 모호하다. 우리는 피해자의 시각에서 대학 내 폭력을 정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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