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예체능 계열 =위계질서 강한 분야’ 교수 인권 인식 지적
소규모 인원 졸업때까지 밀접한 관계… 위계질서 얽매이기 쉬워
관습 유지 이유로 지도교수·학과 교직원 방관 가능성도 제기돼

군기 =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군기 =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코로나19로 장기간 학과 생활이 단절됐음에도 대학가에서 선후배 사이 ‘갑질’ 사태가 끊이지 않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예체능 계열의 ‘본래부터 위계질서가 강한 분야’라는 프레임과 교수들의 인권 인식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28일 대학가에 따르면 대전 A대학은 최근 음악과 성악전공 학생들로부터 제기된 선배들의 갑질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학과 신입생으로 추정되는 한 누리꾼이 선배들로부터 승강기 사용을 금지 당하거나 옷차림 지적을 받고 폭언을 들었다는 주장 등을 온라인에 공개하면서 공론화됐다.

학과 관계자는 해당 문제에 대해 "성악은 단체활동을 하는 만큼 위계질서가 있다"며 "모든 성악 관련 학과가 그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보다 앞서 실기·실습 분야 대면수업이 확대된 2021년엔 대전의 또 다른 대학의 체육대학에서, 이듬해는 한 음악대학에서 갑질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일련의 사태에 대해 학교 관계자들은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A대학 성악전공 입학 정원은 18명으로, 전체 학생이 70명 안팎이며 이들이 모두 함께 합창 등 실기수업을 진행한다.

소규모 인원이 졸업 때까지 밀접한 관계를 갖고 도제식 교육을 함께 받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구조가 관습과 위계질서에 더욱 얽매이기 쉽다고 지적한다.

선후배 위계문화에 대한 한 연구자료(아시아교육연구 제21권 이은지)에선 위계질서에 의한 피해자가 이후 학년이 올라가며 가해자로, 또 다시 방관자 순으로 변하게 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위계질서로 인한 폭력이 ‘전통’으로 포장, 재생산되고 학생들은 위계문화에 길들여진다.

한 대학 관계자는 "선후배가 자주 소규모 공동활동을 할 경우 위계의식이 더 많이 드러날 것"이라며 "집단의 문화에 흡수되는 속도도 더 빠를 테고 문제의식도 약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체능 계열을 둘러싼 문제점도 강조된다.

진로 선택의 폭이 좁고 졸업 이후 이어질 선후배 간 이해관계가 폐단을 없애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다른 연구(한국평생교육학회 나윤경·권인숙)에선 선후배 간 비민주적 관계가 수용되는 배경에 ‘스펙 쌓기’에 대한 욕망이 있다고 봤다.

대학 내 인맥조차 관리해야 할 스펙의 일부라는 분석인데, 진로가 제한된 예체능 계열.은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문제 해결 위한 첫 단추로 지도교수 등의 역할론이 강조된다.

위계질서가 형성된 이후 대다수 학생들이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순환되는 위계문화에 흡수돼 외부로 문제가 드러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전 한 사립대 학생처장은 "관습이 유지되는 데는 지도교수와 학과 교직원들의 방관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동대학, 동일 학과에서 배출된 교수나 교직원의 경우 자신이 경험한 악습을 당연한 일로 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래부터 위계질서가 강하다는 생각을 하기엔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며 "위에서부터 바뀌지 않으면 문제가 재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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