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순 대전 동구의회 의장

"배움의 아름다움은 누구도 그것을 빼앗을 수 없음에 있다"

교육의 기회가 모두에게 공평했던 시대엔 아름답기만 했던 말이 이제는 다소 씁쓸하게 느껴진다. 계층 이동 수단으로서 대한민국의 눈부신 성장을 이끌어온 ‘교육’이, 오늘날 계층 고착화의 주된 요소가 됐다. 어느덧 ‘공부만 잘하면 잘 먹고 잘살 수 있는 시대’는 가고, ‘잘 먹고 잘살아야 공부를 잘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90년대 대전 서부권 중심의 도시 개발은 동서 교육격차로 이어졌다.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그 격차는 더욱 쓰라리게 다가왔다. 현재 동부권은 서부권에 비해 취학예정자 수와 사교육 시설이 2배가량 적다. 이뿐만 아니다. 천동3구역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약 3400세대 이상이 유입돼 교육수요가 대폭 증가할 예정임에도 주민은 인근에 통학할 중학교가 없어 우려하고 있다. 기본적 학습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동구의 교육 현실이다. 이에 동구의회는 지속적으로 천동중학교 신설의 당위성을 강조해 왔다. 최근 중학교 설립의 청신호가 켜진 것은 매우 고무적이나 지역사회는 아직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동구의 오랜 염원이었던 천동중 신설이 더이상 주춤하지 않도록 모두가 관심을 갖고 한목소리를 내야 할 시점이다.

인프라 구축만큼 중요한 것이 질적 성장이다. 현시점의 동서 학업능력 차이를 인정하고 ‘동구형 교육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필자는 이 부분에서 자치구와 의회의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저소득층 학생에게 수준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AI 기반 교육기기를 지원하거나 지역의 교육자원을 활용한 1:1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맞춤형 보육 지원 확대를 통해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등. 교육은 곧 복지라는 개념 아래, 자치구의 적극적인 개입이 더욱 풍성한 교육 도시를 조성할 것이다.

지난 제267회 임시회 구정질문 당시 우리의회 박철용 의원은 사교육 인프라가 열악한 동구 학생에게 수도권 인터넷강의 연계 방안을 제안했고, 이는 지난달 새로운 사업으로 현실화됐다. 다가올 4월, 다시 한번 구정 질문이 예정돼 있다. 동구의회 의원들은 보다 촘촘하게 동구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하고, 날카로운 감시와 대안 제시에 힘쓰겠다. 의회가 가장 의회다울 때 가장 빈틈없는 정책이 실현되고, 비로소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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