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철모 대전 서구청장·대전구청장협의회장

예로부터 호구(戶口)를 늘리는 일은 지방 수령이 해야 할 7가지 일, 즉 수령칠사(守令七事) 중 하나였다. 심지어 조선 성종 때는 수령의 성적이 10번의 평가에서 모두 최상 등급을 받은 이른바 십고십상(十考十上)일지라도 호구 수가 줄면 감점을 줄 수 있었다. 수령이 선정을 베풀어 살만한 곳이면 백성이 모여들고, 그렇지 않으면 고을을 떠난다고 봤기 때문이다. 인구 증감을 수령 업적평가의 중요한 정량적 기준으로 삼았던 셈이다.

인구 감소의 책임을 수령에게만 묻는 시대는 아니지만, 인구 감소는 여전히 지방의 민감한 사안이다. 그 심각성을 새삼 절감할 기회가 있었다. 지난해 말, 45년 전 졸업한 초등학교를 방문했다. 필자는 공부보다 친구들과 공차기, 딱지치기 등을 하며 노느라 정신없던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지금의 어린 후배들은 그러지 못하는 거 같아 어른으로서 괜히 미안했다. 격세지감도 컸다. 당시에는 한 반 인원이 많게는 70명이 넘어 오전 오후로 나눠 수업할 정도였다. 지금은 한 반이 20명 정도에 불과하고, 그나마 한 학년에 한 반뿐이라고 한다. 씁쓸했다.

물론 모교만 이런 변화를 겪는 게 아니다. 많은 지방의 초등학교가 폐교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 감소가 불러온 전국적 현상이다. 학교 소멸을 넘어 지방 소멸을 걱정하는 시대이다. 실제 한 조사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절반에 가까운 106곳이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고, 당장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소멸 고위험 지역도 36곳에 달한다고 한다. 대부분 군 단위 농산어촌 지역이지만, 다음 차례는 지방 중소도시가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크다.

새해 초부터 고향사랑기부제 관련 소식이 뜨겁다. 자신의 주소지를 제외한 지자체에 500만 원 한도에서 기부하면, 세제 혜택과 기부금의 30% 이내에서 답례품을 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인구 감소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고향과 지방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지자체의 재정 확충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고향사랑기부제에 젊은 층까지 관심을 보인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서구도 사회적경제기업 제품 등 10개의 답례품을 준비했으며 조금씩 확대할 예정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기본적으로 전통적 정서인 애향심에 호소하는 정책이다. 항구적인 지역 자생력 강화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고향사랑기부제의 연착륙과 동시에 지역 발전과 균형발전 정책도 흔들림 없이 추진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단체장들은 단 1명의 인구, 단 1개의 일자리라도 늘리기 위해 지금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기업과 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정주 여건과 생활환경 개선에 총력전을 펼치는 중이다. 지역을 젊은이들이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 일이 최우선이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한정된 자원과 권한으로 좌절하기도 하지만, 고향을 떠났던 젊은이들까지 다시 돌아오는 곳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계묘년(癸卯年) 새해에도 계속될 것이다. 진정한 고향 사랑이 꽃피울 수 있도록 말이다. 서구가 그 모범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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