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현 사단법인 대전민예총 이사장

거버넌스란 정부가 해오던 일방적인 통치에서 벗어나 민간시장 영역(예술인, 예술단체, 기업), 정부, 시민 등 관련 주체들 간의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참여와 협력을 추구하는 행정 시스템이다. 이러한 거버넌스가 잘 작동하기 위한 3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3가지 요소란 이해 관계자들 간 민주성, 투명성, 개방성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 수평적이고 호혜적인 상호의존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문화거버넌스는 지속 가능한 문화예술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거버넌스 체제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현장의 단체들 혹은 예술가들의 필요를 좀 더 상세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성이란 1997년 유엔개발계획이 설명하듯 ‘시민사회와 그에 속하는 집단들이 정책의 결정에 참여하는 과정’으로 정책을 수립하거나 운영하는 과정에서의 방향의 전환(Top-Down으로부터 Down-Top)을 말한다. 행정과 민간이 만나는 지점의 전환(행정이 수립한 정책의 ‘수혜’의 순간에서 기획하는 단계의 순서로의 전환)이자, 행정과 시민이 만나는 방식의 전환 즉, 정책의 대상으로서 시민이 아니라, 정책을 ‘함께’ 기획하는 자로서 시민으로의 전환을 말한다.

투명성이란 여태까지 시행된 많은 공모 등 지원사업들과 정책사업에 대한 선정과 평가에 대하여 보다 ‘명확한 기준’을 합의하는 과정을 말한다. 예를 들어 예술가지원 사업의 기준은 ‘예술 창작 역량(30%)’, ‘사업 계획의 적정성(30%)’, 그리고 ‘발전 가능성(40%)’이다. 물론 각 항목 안에 세부적인 평가요소들이 있지만, 이 역시도 심사위원들의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커 보인다. 이에 대한 보완으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과정을 투명하게 그리고 시민 누구나 납득할만한 객관적인 기준을 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명확한 기준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공론장 혹은 토론장의 활용은 반드시 필요하다.

개방성이란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이 모이는 곳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을 말한다. 기관이나 문화재단 종사자들은 아직도 소위 ‘대표성’을 가진 중대형 단체들(예총, 민예총, 문화원연합회 등)과의 소통에만 초점을 맞춤으로써 개인이나 기타 이해 관계자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걸핏하면 저녁에 소주잔 속에서 자기가 정치를 다 한다. 그런데 막상 타인의 현실 문제나 이웃 단체 그리고 다른 사람과의 공감과 연대에서는 무관심하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이는 바로 ‘전문가(중재자)’이다. 전문가는 사안에 대한 충분한 제반 지식과 경험을 지닌 인물로 토론장에서 논의 방향을 제시하는 동시에 모아진 의견들을 해독한다. 단순히 많은 의견을 모으는 것만으로는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 수 없다. 이런 전문가의 역량은 결정력과 논리성 그리고 지역 예술계의 현황이나 예술인들의 삶을 더욱 가까이서 관찰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3가지 요소인 민주성, 투명성, 개방성이 덧셈이 아니라 곱셈이다. 즉, 민주적이지 않거나 투명하지 않고는 개방성(확장성)을 가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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