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 세종시장

지난달 행정수도 완성을 기대하던 세종시민들 사이에서 큰 환호성이 터졌다. 대통령 세종집무실 건립을 위한 추진 로드맵 발표에 이어 국비 예산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계획대로라면 내년에 설계에 착수, 2025년 착공, 2027년 완공 수순을 밟게 된다. 5년 후면 우리나라 입법과 행정의 대표공간이 세종에 나란히 세워지게 되는 것이다.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온 38만 세종시민과 550만 충청도민 모두의 쾌거다. 이제 세종시가 대한민국의 정치·행정수도를 넘어 미래 대한민국을 견인할 미래전략수도로 우뚝 서는 일만 남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오늘을 사는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필자는 제4대 세종특별자치시장으로서 도시의 상징성과 기능에 걸맞은 품격을 갖추는 일이 우선이라고 본다.

전 세계적으로 각 나라를 대표하는 도시는 여럿이지만, 높은 품격을 갖춘 도시는 드물다. 도시의 품격은 역사와 문화에 따라 모두 제각각이지만, 품격 높은 도시들은 모두 그 기저에 깨끗하고 깔끔하게 조성된 환경을 갖추고 있다. 필자는 몇 년 전 싱가포르에 가 보고 깜짝 놀란 경험이 있다. 깨끗하게 정비된 거리와 잘 관리되어있는 수목은 현지의 덥고 습한 날씨와 극명하게 대비됐다. 그도 그럴 것이 싱가포르에서는 모든 가로수마다 관리자가 따로 지정되어 있었다. 당시 싱가포르 수상이었던 리콴유 총리를 만나 이유를 물었더니 "이 나무 한그루 한그루가 외자를 유치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깨끗한 도시 환경이 도시 전체의 경쟁력뿐 아니라,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고 판단했고, 그 판단은 매우 유효적절했다.

필자가 도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으로 ‘깨끗한 세종, 품격 있는 도시 가꾸기’ 사업을 제안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이 사업은 매월 세종시의 환경 개선 요소를 발굴하고 정해진 날에 민관이 힘을 모아 일괄 정비를 추진하는 것이 골자다. 더불어 매월 개최되는 행사, 국가기념일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과 연계해 사업효과를 높이고자 한다. 도시 환경을 정비하고 쾌적하게 유지하려는 노력은 어느 도시나 이뤄지고 있지만 성숙한 시민의식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번 사업의 성패는 각계각층의 시민사회 참여에 달렸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회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때 사업의 효과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행복청, LH, 군부대 등 관계기관과 협업 추진함으로써 이번 사업을 자발적인 시민운동으로 확산시켜 나간다는 계획을 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그 첫 번째 행사로 ‘추석맞이 우리마을 가꾸기 사업’을 추진했다. 이날 행사에는 세종시청 공무원과 상인연합회, 시민단체 등 300명 이상이 참여해 나성동 상가를 정화했다. ‘바르게살기운동 세종시협의회’에서는 세종호수공원 인근 자체 정화 활동을 추진했다. 쾌적한 도로 환경 조성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추진되는 주요 도로, 하천 정비 사업에는 인근 군부대가 힘을 보탰다. 앞으로는 이웃을 배려하는 지역 공동체 조성을 위한 다양한 사업도 계획 중이다. 정원산업박람회와 세종축제가 열리는 10월에는 중앙공원 등 개최지 주변을 정비해 우리 시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쾌적한 도시 미관을 제공할 계획이다. 겨울철에는 독거노인 가정을 찾아 난방시설과 생활환경 정비를 펼칠 예정이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품격 높은 세종에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것도 시민의 저력이 한데 모일 때 가능하다. 세종시를 대한민국 행정수도 그 이상의 ‘미래전략수도’로 발전시키는 초석을 만드는 일에 시민 여러분께서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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