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흥채 대전테크노파크 BIO융합센터 센터장

주식시장이 심상치 않다. 특히 주식시장에 상장한 바이오벤처들의 시가총액의 곤두박질이 크다. 대부분 잘 나가던 바이오기업들의 시가총액(주식수와 주식가격을 곱한 액수)이 최소 5분의 1 이하가 됐다. 대전의 한 유망바이오 기업은 최고 주당 9만 8000원하던 가격은 현재 6000원 대에 머물러 있으니 거의 15배가 하락한 셈이다. 왜 주식시장이 끝도 없는 하락을 하는 걸까? 해답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온다.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확실성보다 불확실성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패권 전쟁,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그리고 기후 변화에 따른 곡물과 원료가격의 상승에 기반한다. 미국연방준비제도의 최대폭 기준금리 인상(0.75%)은 기업들이 그동안 저리로 자금을 조달해 신사업에 투자하고, 조기 주식시장 상장으로 대규모 자본을 유치하는 재무전략에 메가톤급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체력이 약한 국내 바이오벤처들에게 빨간불이 켜졌다. 투자시장에서 자금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도 좋은 기업에 투자하겠다는 기조는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글로벌 수준의 기술경쟁력과 사업화 능력으로 무장한 바이오벤처가 아니면 안된다. 한 두가지 신약 파이프라인으로 투자유치는 이제는 불가능하다. 그럼 어떻게 어려운 시장환경에서 바이오벤처 창업의 열풍을 이어가고 성장시킬 수 있을까?

첫째 ‘기획창업’을 해야 한다. 우수한 창업 아이템에 대해 특허확보 여부, 혁신성 여부를 철저히 검증하는 단계를 거쳐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는 제품을 기획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창업자체 뿐 아니라 창업 후 개발과 투자도 함께 섬세하게 기획돼야 바이오벤처는 죽음의 계곡을 넘어 갈 수 있다. 이를 위해 ‘사업개발 코디네이터’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창업자가 기술개발과 제품개발에 집중한다면 사업개발 코디네이터는 회사의 가치창출과 수익창출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기획하는 사업 디자이너이다. 하지만 실험실창업을 촉진하고 있는 대학과 공공기관의 기술사업화 전담부서에서는 아직도 역량있는 사업개발자가 부족한 실정이며 사업화전문인력도 줄어들고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

둘째로 ‘메가펀드’의 조성과 투자이다. 2021년 벤처투자는 7.7조원으로 역대 최대이고 투자액, 건수, 건당 금액 등 모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중 바이오분야의 투자는 1.7조원(21.9%)로 정보통신기술서비스 분야(31.1%)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증가를 이끌었다. 하지만 단일 펀드 규모는 아직도 작다고 본다. 쿠팡은 소프트뱅크비전펀드로부터 2015년 10억달러, 2018년 20억달러의 투자유치를 했다. 항상 기술주도로 벤처가 창업되고 성장하지만 이제 벤처생태계는 금융주도로 변화되고 있다. 이제 우리도 스케일을 키울 필요가 있다.

셋째로 ‘창업공간’의 획기적인 확대이다. 바이오벤처 창업 시 대부분 실험실 1개에 5인 미만의 연구원을 확보해 소규모로 출발한다. 하지만 역량있는 기업들은 1년 안에 최소 5개 이상의 실험실과 2~30명의 직원으로 확장돼야 성장할 수 있다. 아직도 바이오벤처들의 창업공간은 부족하고 좁은 실험실에서 글로벌 수준의 기술개발과 제품개발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창업자들은 투자유치와 기술개발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힘들지만, 투자유치와 기술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확장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성장이 안되는 아쉬움이 없어야 겠다. 최근 투자유치가 매우 어렵다는 소식이 전해온다. 그 동안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바이오기업에 대한 옥석이 가려져야 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자칫 벤처창업 붐까지 꺼질까 걱정이 앞선다. 우리는 급변하는 투자 사이클에서 생존한 기업이 훨씬 크게 성장한 사례를 경험한 바 있다. 기업도 어려움 속에서 더욱 강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이오벤처 창업 열풍은 꺼지지 않고 이들이 성장해 유니콘기업이 줄줄이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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