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전 서구 도안동 가보니
자전거전용도로 통행 어려운 구간 많아
시민들, 어쩔 수 없이 인도서 운행 이어가
“자전거 탄 아이들 사고 날뻔” 목격담도
마땅한 주차 공간도 없는 상황… 개선 必
[충청투데이 함성곤 기자] 지난 23일 오후 4시 30분 대전 서구 도안동 인근.
도안대로·동서대로·원신흥남로 등에 설치된 자전거전용도로는 수많은 불법주정차 차량으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특히 자전거를 이용해 인근 자전거도로를 30분 동안 돌아본 결과, 온전하게 자전거 전용도로를 통행하기에 어려운 구간이 매우 많았다. 자전거전용도로에 들어서자마자 불법 주차에 가로막혀 차도나 인도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됐다.
게다가 주차된 차를 피하려는 과정에서 자전거 전용도로를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바로 옆 차도에서 차량이 경적을 울리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또 자전거전용도로를 이용하던 학생들이 불법주차 차량을 피하려다 차도로 진입한 순간 이들을 보고 황급히 속도를 줄이는 차량도 볼 수 있었다.
인근에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대다수의 시민들은 불법 주차로 가로막힌 자전거전용도로 대신 인도에서 운행을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도안신도시 일대 차도 가장자리에 설치된 자전거전용도로가 불법 주정차로 인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시민들 역시 자전거전용도로 내 불법 주정차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이날 공영자전거 ‘타슈’를 타고 하교하던 원신흥중 1학년 유모(14) 군은 "하교할 때마다 자전거를 타는데 자전거 도로에 차가 없었던 적이 없어요. 불법 주차하는 사람들 강력 처벌 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자전거를 이용해 등·하교를 하는 대학생 김모(24) 씨는 "자전거도로를 구분하는 시설물이 따로 없어 이용할 때마다 심리적인 위협을 느껴 보통 인도로 주행한다"며 "어차피 불법주차 때문에 얼마 못가 인도로 들어와야 해 처음부터 인도로 주행한다"고 말했다.
퇴근 후 자전거를 타러 나온 채태규(40) 씨와 이나영(32) 씨 부부도 "도안동에 7년째 거주중인데 자전거 도로에 불법주차가 개선된 적이 없는 것 같다"며 "방금도 아이들이 자전거 타면서 자동차와 사고 날 뻔한 장면을 봤다.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반면 해당 지역에 마땅한 주차 공간이 없어 불법 주정차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학원 통학 버스를 운행하는 박모(66) 씨는 "이 곳이 아니면 차도에 차를 세워야 하는데 그럼 또 교통 흐름에 방해가 된다"며 "자전거 도로 재정비에는 동의하지만 적합한 방법이 있겠느냐"고 답답한 심정을 내비쳤다.
함성곤 기자 sgh0816@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