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솔 지휘자
‘세이지 오자와’ 모습에 매료돼 지휘 관심
클래식 장벽 허물기 위한 다양한 시도
로봇 주인공 창작 오페라 ‘레테’ 지휘
대전예술의전당·지역 대학 연계 진행
“훌륭한 작품… 한 톨의 아쉬움 없기를”
창작 작품들 꾸준 발굴… 빛 보길 기원
“클래식, 애정으로 지켜봐 달라” 당부

[충청투데이 윤지수 기자] ‘신선하다’ ‘다양하다’ ‘편견을 깨다’ 말이 어울리는 지휘자가 있다. 그의 손끝에서는 보고 듣던 게임 음악도 새로운 오케스트라로 재탄생되곤 한다. 진솔 지휘자의 색다른 시도는 대전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이번에 대전예술의전당과 지역대학이 협업한 창작 오페라 ‘레테’에서 그녀가 함께한다. 지휘자 개인의 음악 이야기부터 ‘레테’까지 무대 위에서는 보지 못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코로나19로 인해 변화한 공연계의 어려움 속 지켜내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면.

“오랜 시간 동안 찬란하게 빛나 온 공연계인 만큼 어려움을 만나 송두리째 바뀐다기보다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적응해가며 지속가능성을 찾아내게 되리라 생각했다. 코로나19는 그 적응과 변화의 양상을 조금 더 크게, 그리고 급하게 만들어냈다. 이런 상황일수록 공연계에 몸담은 모든 이들이 뜻을 하나로 모아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고 공연 그 자체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한마음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특히 클래식 공연계는 지금까지 그래 왔고 앞으로도 여전히, 손쉽게 대중화되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게임 내 음악을 오케스트라 연주로 소개하는 신선한 돌풍을 일으켰다. 지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지휘자 세이지 오자와의 앞모습 영상을 접하고 나서부터 지휘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 영상 자료가 지금처럼 흔하지 않던 어린 시절, 지휘자의 권위적인 뒷모습이 아닌 앞모습을 찍은 영상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리듬과 멜로디에 맞춰 팔을 휘저으며 수십 명의 연주자에게 권력을 휘두르는 머릿속 지휘자의 이미지와 달리, 음악이라는 이 찰나의 예술에서 한 명, 한 명의 연주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빛을 발하고 관객에게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이끌어내는 리더의 모습에 매료되었던 것 같다.”

♪클래식의 장벽을 허물기 위해 다양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 원동력과 노력은 어떤 게 있는지.

“남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를 수 있지만, 나는 매 순간 내 힘이 닿는 데까지, 그리고 내 생각이 닿는 데까지 다양한 움직임을 시도해본 것 같다. 그것이 내 나이에도, 내 성격에도, 그리고 나의 방향성에도 가장 솔직한 표현이 아닐까 한다. 그에 더해 매사에 필요 이상의 책임감이 있는 성격이기 때문에 한번 시작한 일은 어떻게든 가지를 만들어서라도 이어나가고자 하는 편이다. 그렇다 보니 ‘클래식의 장벽을 허물기 위한 다양하고 꾸준한 시도’라는 이야기가 내 정체성의 일부로 여겨지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과학의 도시 대전의 정체성을 담은 로봇이 주인공인 창작오페라 작품을 선보인다. 색다른 주제만큼 마음가짐이나 준비도 남다를 것 같다.

“나의 전공 분야와 너무도 멀긴 하지만, 휴보와 같은 신기한 과학기술의 결정체를 볼 때마다 언젠가는 기술에 대해 조금씩이라도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연은 굉장히 신선하고 설레는 경험이다. 이전에도 겪어본 바에 따르면 김주원 작곡가와 황정은 작가의 시너지는 언제나 탁월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소재부터 신선하기는 하지만, 황정은 작가의 글은 무언가 무미건조한 이미지의 로봇이 주인공인 오페라임에도 감성을 너무나도 깊숙이 자극한다. 나조차도 매 리허설마다 지휘하면서 눈물이 찔끔 나오는 대목이 있을 정도다. 한편 김주원 작곡가는 우리나라의 정서를 흠뻑 담아낸 창작 가곡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들의 작품은 항상 의심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이번 오페라 역시 선뜻 하겠다고 답했다. 신선한 소재와 높은 예술성이 만나 주목할만한 작품이 탄생했다는 말을 하고 싶다.”

♪오페라 특성상 음악, 문학, 연극 다양한 요소가 결합된 만큼 하나로 아우르는 힘이 중요한 것으로 안다.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앞서의 이야기와 같이 대본 작가와 작곡가의 완벽한 협업이 이루어져야 그것을 바탕으로 작품을 무대에 구현해내는 연출감독, 음악감독, 지휘자, 성악가, 오케스트라 등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일 수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번 오페라 팀은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훌륭하게 역할을 해내고 있기에, 주어진 환경이나 조건의 제약을 떠나 이 작품의 초연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행복한 마음으로 진심을 담아 연주에 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창작오페라 ‘레테’를 지휘하게 된 계기는.

“작품 자체의 매력도 물론 뛰어났지만 작품 외적으로도 ‘레테’의 돋보이는 매력 포인트가 있었다. 바로 대전예술의전당과 지역 대학이 연계해 진행하는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선한 영향력으로 가득한 기획 취지에 더욱 감동받으며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함께 하는 연주자들의 손과 목소리로부터 이 훌륭한 작품이 단 한 톨의 아쉬움도 없이 빛나는 첫선을 보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

♪앞으로도 지휘를 하면서 시도하거나 도전하고 싶은 공연이 있다면.

“우선 무엇보다도 이런 창작 작품들이 꾸준히 발굴되고 세상의 빛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종의 예술인으로서의 책임감이기도 하다. 물론 창작 작품을 새롭게 공부하는 것보다 기존의 클래식 레퍼토리를 연주하는 것이 쉬울지도 모르지만, 음악계의 발전과 지속에 대해 우리 세대가 가져야 하는 책임이 있으니 말이다. 꿈을 꾸는 음악가가 많아져야 한다. 그리고 그 꿈으로부터 태어난 창작 작품이 많아져야 한다. 그렇게 창작 음악과 클래식 음악이 동등하게 인식되고 연주되어야만 우리와 나아가 미래 세대의 연주자들이 과거의 대가들을 공부하고 재현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빛깔을 온전히 지니고 예술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또 예술가이면서 동시에 리더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끊임없이 둘러보고 찾아내어 실행해 옮겨 보고자 한다. 지금까지 아무도 생각해보지 않은 형태의 공연일 수도 있고, 인력과 자본이 굉장히 많이 필요한 공연일 수도 있다. 실패할 수도 있고 뿌듯한 결과를 거둘 수도 있지만, 도전과 시도 없이는 실패도 성공도 오지 않는다고 굳게 믿는다.”

♪클래식을 어려워하는 이들과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클래식은 나에게도 어렵다. 클래식 음악가들이라고 해서 클래식만 듣는 것도 아니고, 나 역시도 클래식보다 조금 더 마음에 가깝게 다가오는 음악들이 아주 많다. 우리 음악가들은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어떻게 해야 관객과의 거리감을 줄이고 자신의 예술 세계를 보여줄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그 방법론이 구체화되며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내가 관객분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애정 어린 솔직한 코멘트를 많이 전해달라는 것이다. 물론 무조건적인 비판은 삼가 주셨으면 좋겠다. 클래식 음악가들에게는 외부에서 바라본 시선과 의견이 많이 필요하다. 우리도 우리 자신의 모습과 부족함에 대해 생각보다 모르는 점이 많다. 음악을 소비하는 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두들 깨달아야 한다. 평론가나 음악을 전공한 이들의 의견이 아닌, 대중들의 생각과 말을 원하고 있다. 저의 이야기를 보아 주시는, 그리고 클래식을 아직 어려워하시는 관객이 있다면 꼭 부탁드리고 싶다. 애정을 가지고 조금만 더 끈기 있게 지켜봐 달라고 말이다.”

윤지수 기자 yjs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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