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교진 세종시교육감

지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전후해서 장애인 단체 대표들과 만났습니다. 만남 이후 각 단체에서 제안해주신 내용 가운데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예산을 만들거나 계획을 세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세종에도 특수학급과 특수학교에서 장애학생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유치원, 초등,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학생들이 졸업한 이후의 진로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이 있습니다. 학교에 다니는 동안에는 부모님과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가며 배우는 일에 전념하지만, 졸업하고 나면 이제 사회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즉, ‘일’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일하는 것, 노동하는 것은 장애인들이 돈을 벌어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노동을 통하여 자아를 실현하게 되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기술을 더 많이 익히고, 능력을 유지하도록 하는 역할이 있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노동을 통하여 인간관계를 형성하여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도록 하는 것, 즉 인간으로 자신의 인격을 실현하는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장애인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바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국가는 모든 국민에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합니다. (헌법 제32조) 아울러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습니다. (헌법 제34조)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그리하여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나라가 해야 할 일입니다.

이를 보장하기 위한 법이 있습니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입니다. 이 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을 비롯한 50명 이상 사업장에 장애인 고용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구성원의 일정 비율만큼 장애인을 채용하도록 하고 있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그 부족한 인원에 해당하는 고용부담금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 교육청은 새로 만들어진 교육청이면서 동시에 계속 학교를 신설하고 있어서 교직원의 구성에서 다른 교육청과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젊은 교사와 공무원들이 많아서 육아나 출산 등 휴가와 휴직 교직원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간제교사와 대체직 공무직원의 비율이 다른 교육청에 비해서 매우 높은 편입니다. 반면 기간제교사나 임시 대체직 공무직원을 뽑을 때 장애인을 뽑기 어려워서 결국 장애인 고용비율이 낮아집니다.

그래서 재작년부터 계획을 세워서 중증장애인을 각 학교 도서관 사서보조원으로 채용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년에 17명을 채용하고 올해도 5명을 채용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많은 걱정이 있었습니다. 이 장애인들이 제대로 학교에 적응할 수 있을지를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학교에 근무하는 장애인에 대해서 학교 구성원들이 잘 적응하는 것입니다. 학교에서는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의 통합교육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것은 장애학생이 비장애학생과 어울려 지내는 것과 더불어 비장애학생이 장애학생과 어울려 지내는 것도 중요한 교육의 목표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장애인 일자리는 비장애인들에게도 의미가 큰 것입니다.

우리 교육청에서 가장 먼저 하려고 하는 것은 장애인 일자리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일입니다. 장애인을 고용해서 그 노동력을 활용하겠다는 생각만 하면 장애인 일자리는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장애인을 고용함으로써 장애인을 ‘관리’해야 하는 일이 새로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단순히 생각하면 장애인을 ‘우리 학교에 채용하는 것’을 기피하게 됩니다.

하지만, 장애인에게 그 능력에 맞는 일거리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공공기관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일의 진행을 장애인의 발걸음에 맞추어 기다려 주는 것도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입니다.

더구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에서는 장애인을 고용하여 함께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이 됩니다. 우리 세종교육청은 장애인 고용을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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