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서·대전본사 취재1부 기자 cys@cctoday.co.kr

‘이중 잣대’

어떤 현상이나 문제를 판단하는 기준이 두 가지이거나 분명하지 않음. 또는 그런 기준. 최근 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의 해임 사태를 지켜보며 생각이 난 단어다.

3년째 대덕연구단지를 출입하며 연구자들의 각종 비위행위와 연구 윤리 문제를 취재해 왔다.

‘기관장 품위유지 위반’이 시초가 된 이번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사태 역시 처음엔 여기서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판단했다.

다만 일련의 과정들을 톺아보면 이번 사태는 국민적 눈높이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

얼마 전 국방과학연구소의 시중은행 채용 비리 사건에 연루됐던 모 행정직 직원이 징계 시효가 만료됐다는 이유로 징계에서 제외된 일이 있었다. 지난해 기초과학연구원에서도 한 연구단장이 KAIST에 재직 중인 박사급 아들에게 인력과 연구비를 절차 없이 지원해 자체 감사에 적발됐다.

이 또한 징계위원회가 공동연구가 확인됐다는 이유로 구두 경고에서 끝났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는 수년간 동료들의 연구수당을 부당 회수하고, 외유성 국외 출장까지 다녀온 한 책임 연구원이 감사에 적발되기도 했다.

연구원은 경찰 수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직 해임 외 별다른 징계 절차를 밟지 않고 있는 상태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인재들이 모여 있다고 자부하는 대덕연구단지에서 이같은 비위행위들이 숱하게 자행되지만 처벌은 대부분 솜방망이 수준이었다.

물론 지난해 초 1차 감사에서 ‘주의’을 처분 받았던 임 원장의 잘못된 언행 자체도 지탄받아 마땅하다.

기관장으로서의 그의 폭행과 폭언은 절대로 정당화될 수 없다.

하지만 과학기술계에 일명 ‘제 식구 감싸기’로 묻힌 그간의 비일비재한 사건·사고들을 떠올린다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같은 사건을 두고 진행된 2차 감사에서 ‘주의’가 징계의 최고형이라고 할 수 있는 ‘해임’으로 바뀐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질 않는 부분이다.

징계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납득 가능한 범위에서 적용될 수 있는 합리적인 규정과 기준이 있어야 한다.

같은 사안을 두고 구두 경고를 받았던 건이 수개월 만에 해임으로 결정된 것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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