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이다. 올해도 벌써 절반이 지나갔다.

우리 모두 연초에 세웠던 계획들을 잘 실천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고 있고 또다시 멍하니 있다가는 올해도 금세 끝나버릴 듯하다. 해놓은 것도 없이.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고, 이것들이 잘 되고 있는지 검토하고. 이런 것들은 아마도 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한 행동들일 테다.

하지만 쉽지 않다. 생각대로 되는 일은 없고, 그러다 보면 처음의 굳은 결심은 흐지부지되기 일쑤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포스터. 사진=네이버 캡처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포스터. 사진=네이버 캡처

2019년 하반기를 맞아 흩어졌던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필요해 보인다. 그래서 이번에 살펴볼 영화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1997)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잘나가는 로맨스 소설 작가인 멜빈 유달(잭 니콜슨 분). 심각한 강박장애 환자다. 길을 걸을 때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것은 물론이고 보도블록의 틈을 밟지 않기 위해 뒤뚱거리며 걷는다.

외출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손을 씻을 땐 항상 새 비누를 사용하고 한번 쓴 비누는 버린다. 그렇게 두 번 손을 씻는다. 이것 말고도 괴팍한 성격에 신경질적 언사로 주변 사람들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한다. 멜빈도 역시 사람들을 싫어한다.

점심식사는 항상 정해진 식당의 정해진 자리에서만 하며, 레스토랑의 식기를 사용하지 않고, 본인이 집에서 챙겨온 플라스틱 포크와 나이프만을 쓴다.

이렇게 까다로운 손님이지만 레스토랑을 계속 이용할 수 있는 건 웨이트리스인 캐럴 코널리(헬렌 헌트 분) 덕분이다. 그녀만이 유일하게 그의 신경질적인 행동을 참아준다.

캐럴에게는 아픈 아들이 있는데, 남편 없이 어머니와 함께 어려운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다. 아들의 병세가 더 깊어져 캐럴이 출근을 못 하게 되자, 멜빈에게도 그 영향이 미친다.

식당에서 까탈스러운 그를 서빙해 줄 직원이 없었던 것인데, 결국 캐럴을 찾으며 짜증을 부리던 멜빈은 급기야 식당에서 쫓겨나기까지 한다.

멜빈은 자신의 점심식사를 위해, 캐럴에게 의사를 보내서 아들의 치료를 돕는다. 비용도 본인이 부담한다. 제대로 된 의료보험을 가지고 있지 않아 좋은 치료를 받지 못했던 캐럴의 아들은 멜빈 덕분에 점점 건강을 되찾아간다. 캐럴은 다시 레스토랑으로 출근하게 되고,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가까워지게 된다.

이후 영화는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애정을 쌓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그 중 멜빈의 말실수 때문에 상처를 받은 캐럴이 그에게 자신에 대한 칭찬을 해달라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 이 영화의 명대사가 등장한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쭈뼛거리며, 말을 돌리던 멜빈은 캐럴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나를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었어”

구제불능으로만 보였던 멜빈. 캐럴을 통해 좀 더 나은 삶을 희망하게 되고, 또 이를 위해 노력도 한다. 그토록 싫어했던 강박장애 치료약을 다시 먹기 시작한 것. 이 작품은 로맨스와 코미디가 적절히 배합된 전형적인 1990년대 할리우드 스타일의 영화이지만 멜빈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일종의 동기부여 영상을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조금씩이라도 삶을 바꿔 볼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준다. 2019년 아직 절반이 남아있다. 남은 한 해가 우리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주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안형준 기자 ah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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