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휴일진료는 기본 "연중무휴 진료" 표방도…진료과목도 특화 선언

대전지역 중소병원들이 각종 특성화 전략을 통해 불황탈출에 나서고 있다.

3일 대전지역 개원가에 따르면 최근 대부분의 개인병원에서 환자가 종전보다 20∼30% 줄었고 이는 경기침체와 함께 병원 증가로 인한 경쟁력 상실 등이 가장 큰 요인이다.

하지만 개원의들은 불황 속에서도 환자 유치를 위해 고가의 의료장비를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본전'도 못 건지고 과잉투자의 후유증까지 앓고 있다.

◆'야간진료' 기본, 휴일까지 확산= 퇴근한 직장인을 잡기 위해 병원들이 야간진료를 확대하는가 하면 휴일진료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연중무휴 진료'를 표방하는 병원도 생겼다.

지난 2일 오후 8시경 대전 둔산의 N안과 대기실에선 직장인 몇 명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병원은 환자들의 반응이 좋아 최근 진료시간을 오후 7시 마감에서 9시로 두 시간 연장했다.

인근 L한의원은 화·금요일에 각각 밤 9시까지 야간 진료를 하며, 토요일과 공휴일에도 오후 5시까지 환자를 본다.

대전 대덕구의 S산부인과는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병원 문을 연다. 이른바 '연중무휴 진료'다. S산부인과측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야간 진료가 흔한 풍경은 아니었지만 요즘은 이런 관행이 바뀌고 있다"며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많아 부인과 진료를 받으러 오는 아파트 거주민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진료과목 특화선언= 대전지역에선 특정과목 진료를 위주로 하는 전문클리닉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종합병원의 난립으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데 대한 자구책이다.

규모 경쟁의 한계에서 벗어나 척추관절·성장·다이어트·모발 등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약하는 전문병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홍보에 나서고 있다.

이들 병원은 특정계층이나 특정과목 중심으로 진료를 펴 나름대로 경쟁력을 굳히고 있다.

이와 관련 대전 H병원 관계자는 "환자 수는 고정돼 있는 데도 병원만 무분별하게 난립해 경영난은 이미 예고된 것"이라며 "중소병원이 살아남으려면 규모의 경쟁보다 전문화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치료비도 '바겐세일'= 피부과·성형외과·치과·안과 등 고가의 비보험 진료를 주로 하며 잘 나가던 개인병원도 최근 경기침체로 손님이 크게 줄면서 고가의 수술을 할인해 주는 병원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직장인 이모씨(34)는 얼마 전 대전의 한 안과에서 160만 원을 주고 라식수술을 받았다. 이씨는 "처음 병원을 찾았을 때 200만 원이 넘는 가격을 제시해 거절했는데 이후 병원에서 연락이 와 가격 흥정을 했다"고 밝혔다.

대전 C성형외과 원장은 "의료행위를 할인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이 될 수 있지만 최근 경기 불황이 심한 데다 병원도 수익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은밀하게 할인해 주는 곳이 많다"며 "보험 진료가 대부분인 내과·소아과 등은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반면 비보험 분야는 큰 타격을 입어 병원들의 가격 및 서비스 경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근본적 해법없나= 중소병원들의 위기가 고조되면서 정부와 의료계 일부에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개방병원 도입'과 '중소병원의 전문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원의가 외래환자 중 입원환자가 생길 경우 계약병원에 자신의 환자를 입원시켜 병원의 의료시설과 인력을 활용, 치료하는 개방병원 제도를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중소병원이 특정 분야에 시설과 인력·장비 등을 집중 투자해 전문화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대전시의사협회 한 관계자는 "매년 약 3000명 이상의 의사가 배출되고, 적체된 의사의 숫자가 공급 과잉을 불러오고 있다"는 "정부 정책의 무게 중심도 의료보험 재정의 건전화 쪽으로 기울면서 병원의 진찰료 인하 등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현재로선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