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한 논설위원

급기야 군산시의회가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 유치를 위한 주민투표 동의안을 가결시켰다. 이제 산업자원부 유치신청에 이어 주민투표를 거치는 과정만 남았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이웃 서천군은 안중에도 없었다. 서천군민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안건을 처리한 이유를 모르겠다. 잔뜩 화가 나있는 서천군민들이 그대로 두고 보지만은 않겠다는 태세다. 군산시의 방폐장 유치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군산시는 왜 서천군을 배제한 체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방폐장을 유치할 경우 파생되는 엄청난 혜택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난 것만 해도 3000억원의 특별지원금에다 연간 85억원에 달하는 방사성폐기물 반입수수료를 꼬박꼬박 챙길 수 있다. 뿐만 아니다. 양성자가속기사업 유치를 통한 유관 기업유치와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등 인센티브가 엄청나다. 군산시는 방폐장 유치를 통해 지역발전의 획기적 전기를 꽤하려 하고 있다. 군산시의 입장을 이해 못 하는 바 아니다. 그러나 한 가지 잊은 게 있다. 바로 눈앞의 이익에 도취돼 이웃 서천군의 입장을 도외시 한 것이다.

이제 서천군이 반발하는 까닭을 살펴보자. 혹자는 군산시의 상차림에 서천군이 감 놔라 대추 놔라 할 자격이 있느냐고 물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군산시의 방폐장 유치 예정지인 비응도는 서천군의 유부도와 불과 7.5㎞거리다. 장항읍에서도 12㎞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군산시내와 비응도 간의 거리도 12㎞다. 결국 행정구역만 군산시 소속일 뿐 거리상으로는 군산시나 서천군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서천군이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다. 이웃 지자체와는 한마디 의논도 없이 이익만 모조리 챙기려는 군산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군산시는 지난해 보령 인접지인 어청도를 방폐장 유치 예정지로 선정해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그러자 이번에는 비응도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어청도나 비응도나 따지고 보면 거기가 거기다. 이웃 자치단체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한데도 남의 일에 간섭 말라는 군산시의 주장은 행정편의적 발상이자 억지다.

그러잖아도 금강하구를 사이에 두고 군산시와 마주보고 있는 서천군은 상대적 박탈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 89년 개발계획이 발표된 군장(군산-장항)산업단지개발사업만 해도 군산 쪽이 이미 사업 마무리 단계에 돌입한 반면 서천 쪽은 아직 첫 삽조차 뜨지 못한 상황이다. 정부의 사업우선순위에 밀린 결과다.

군산시에 상권을 빼앗긴지도 오래다.? 이러는 사이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외지로 빠져나갔다. 남은 건 청정 서해안을 낀 자연 환경 뿐이다. 그래서 군정 목표도 '어메니티 서천'으로 정했다. 천혜의 자원을 활용해 자립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남의 집 앞마당에 방폐장을 유치하겠다니 나만 살겠다는 발상 아닌가.

군산시는 사업 초기 단계부터 서천군의 의견을 청취했어야 옳았다. 지금이라도 저간의 잘못을 사과하고 서천군에 손을 내미는 게 인접 지자체로서의 최소한의 도리다.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의 유치 지원에 관한 특별법만을 내세워 '마이 웨이'를 고집한다면 큰 역풍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해당사자인 양 시·군이 사전 정지작업을 해야 하는 이유다.

군산시는 안면도 사태의 교훈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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