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녀문의 비밀 김탁환/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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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로 가득 찬 여인이었네. 단정하고 말을 아꼈으나 크고 반짝이는 눈망울은 세상을 향한 호기심을 감추지 못했지. 배움도 깊어 우리가 백탑 아래에서 읽은 서책들을 두루 섭렵하였더군.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나온 서책 중 셋을 꼽아 보라 하였더니, 도학에서는 '성학집요', 경제에서는 '반계수록', 방술에서는 '동의보감'을 주저 않고 택할 정도였네."
?(상권 95쪽)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우스꽝스러운 행태들을 여럿 접하면서 지방 혁신과 균형발전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새삼 절감하는 요즈음이다."

'나 황진이'(푸른역사·2002), '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동방미디어·2002) 등으로 한국 역사 소설에 새 바람을 일으킨 김탁환 교수(한남대 문예창작학과)가 '백탑파' 연작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열녀문의 비밀'(상·하, 황금가지·2005)을 펴냈다.

대하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의 원작 작가로도 유명한 김 교수는 총 10부작 기획물 중 첫 번째인 '방각본 살인 사건'(황금가지·2003)에 이어 2년여 만에 출간된 이 책을 통해 18세기 조선의 명탐정 김진과 의금부 도사 이명방이 열녀문을 둘러싼 음모를 밝힌다. 이용후생(利用厚生)의 실용 학문이 퍼져 나가던 조선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씌어졌으며, 열녀 종사 폐단을 한탄한 박지원의 글 '열녀 함양 박씨전'에서 모티브를 얻어 집필했다.

정조의 새 정부에 검서관으로 등용된 박제가, 이덕무, 유득공, 서이수.

서얼 출신 백탑파 인재들인 이들은 5년이 지났지만 조정의 핵심에는 접근하지 못한 채 꿈을 펴지 못하다 드디어 이덕무에게 적성 현감 임명이 내려지고, 나라를 새롭고 부강하게 할 북학 실천의 열망에 검서관들은 마음이 들뜬다.

거짓 열녀 적발을 위해 시작한 수사에서 죽음으로 묻혀 버린 여자 천재 김아영의 모습이 드러난다. 그러나 놀라운 개혁을 몸소 실천한 그녀의 행적 너머로 진한 의혹의 피비린내가 감돈다.

한편 작중 김아영과 기생 계목향이 공동 창작하는 메타픽션 '별투색전'에는 '사씨남정기', '소현성록' 등 고금 소설 속 여인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그리고 사회의 규범에 철저히 따르고 자신을 죽이는 여성들과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주체적으로 삶을 개척해 나가는 여성들의 대결이 펼쳐진다. 소설 속 소설이 실제하는 소설의 꼬리를 물고 얽혀 있는 구조의 흥미로움, 역사 추리를 통한 지적 유희를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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