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럼]
김규원 충북발전연구원 연구위원

많은 자치단체들이 자신들만의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지역민은 물론 방문객과 투자자들에게 명확히 각인시킬 수 있는 그 무언가를 말이다. 때문에 자치단체들은 이를 위해 조사연구도 하고 광고 등을 만들어 내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사람들에게 이미 ‘고착화된 이미지’ 혹은 ‘이미지가 없음’은 잘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지와 콘텐츠가 긴밀하고도 밀접한 관련성이 없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도시 마케팅에 대해 말할 때 흔히 뉴욕을 좋은 예로 거론한다. 1970년대말 뉴욕은 지하철 낙서와 깨진 가로등으로 대표되는 범죄와 도심 공동화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하지만 단번에 ‘아이러브뉴욕(I ♥ New York)’이라는 브랜드로 성공을 거뒀다. 지금도 세계 어디서나 이 문구가 적혀 있는 티셔츠를 볼 수 있을 정도니까 말이다.

이 브랜드가 나오는 데는 크게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이 문구를 만든 그래픽 디자이너 밀튼 글레이저의 창의성, 마틴 스콜세지가 연출하고 로버트 드니로가 주연한 할리우드 영화 ‘뉴욕 뉴욕’의 성공, 1977~1978년 뉴욕 양키스의 연속 우승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요인들이 더해지면서 변화와 번영을 욕망하던 뉴욕시민들은 자신감과 희망을 얻을 수 있었다.

이렇듯 한 도시의 경제적, 문화적 성공과 자긍심 고취는 여러 가지 다양한 요인들이 동시적, 우연적, 의도적으로 작동하며 이뤄지는 것이다.

도쿄가 ‘아이러브 도쿄’를 아무리 외쳐도 떠오르는 건 스시와 사무라이요, 홍콩이 ‘아이러브 홍콩’을 외쳐본들 정크선과 복잡한 도심의 모습만 떠오른다. 자신들의 이미지와 마케팅 문구가 맞지 않는 것이다. 피상적인 도시 마케팅의 한계인 동시에 모방의 한계, 자신들의 이미지와 불일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삼겹살로 특화거리를 만든 청주의 역사문화적 정체성의 핵심어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 인쇄본인 ‘직지심체요절’인데 이는 청주시 입장에서는 대단한 축복인 동시에 한계다. 가격을 매길 수 없는 세계유일의 희귀본을 만든 도시라는 자긍심은 축복이지만 직지, 금속활자, 공예 등 한정된 프레임에 막혀 더 이상의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한계인 것이다.

청주시내 곳곳에 직지 혹은 직지심체요절, 백운화상 등 번자체의 한자가 내걸려 있다. 하지만 간자를 쓰는 중국인 유학생이나 관광객들은 그게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다’고 말한다.

삼겹살 거리는 어떠한가. 1인당 만원 안팍의 돈이면 전국 어디에서 언제든 먹을 수 있는 삼겹살을 갖고 특화거리가 만들어진 데에는 서문시장 골목 상인들의 절박함이 근거하고 있다. 그런 곳을 두고 단순히 특별 조제된 간장에 적신 고기나 젓갈장 등을 알리고 있다면 제대로 된 마케팅일까.

사실 우리가 배우고 기억해야할 것은 직지 그 자체가 아닌 그러한 결과물을 만든 당대인들의 창의성과 도전정신이어야 한다. 직지를 만든 선조들의 창의성,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그리고 도시의 모든 요소, 여건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지속적으로 정례적인 조사를 벌인 뒤 이를 기준으로 공적 영역에서 지역의 이미지와 콘텐츠를 활발하게 만들 마케팅공사(公社)는 이런 이유에서 필요하다.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분명한 것은 도시마케팅은 물론 경관 등 지역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정책 등에서 이른바 블루오션을 만들어야지 블루오션조차 따라 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신중과 과감, 이 모순적인 단어를 앞세우고 공격적인 역할을 할 마케팅공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것이 직지정신이 아니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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