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어제 신행정수도 건설과 관련, 국민투표 실시를 촉구했다. 헌법소원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을 헌법재판소에 전달하고 기자 회견을 통해 행정수도 반대론을 공식화시킨 셈이다. 향후 헌소 기각이나 각하 결정이 나와도 논쟁이 끝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해 준다. 그럴 경우 끝없는 반론을 위한 반론의 확대 재생산 속에서 국론이 분열되는 소모적인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전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하지만 전 인구의 47.6%가 몰려 있는 수도권, 그 중에서도 서울시의 공식 의견이 나온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점이다. 이명박 서울시장도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서울시가 기득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마음"이라고 이를 미리 차단하려 했지만 그 기저(基底)엔 모순에 젖은 인식이 흐르고 있다.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선 권한을 지방에 이양하는 한편 수도권 성장관리체제를 구축하면 될 것이라는 서울시의 대안을 보면 어줍잖기 그지없다. 그건 지금껏 수도권의 태도를 보면 금방 허구임이 드러난다. 수도권 공장 총량제 문제만 해도 그렇다. 수도권 기업의 지방 이전을 통해 지방 공동화를 막으려 해도 수도권은 이를 묵살하기 일쑤였다. 지방분업의 논리를 누르고 최근 3년간 집행된 수도권 공장 총량 면적의 5%를 늘리는 정책을 기어이 관철시켰다. 오히려 수도권 과밀화를 부추기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이미 수도권 자치단체와 경제계 등은 경제 활성화, 투자 촉진 등의 명분을 들어 수도권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데 올인하면서 기업이나 공공기관 지방 이전도 반대하고 있다. 오직 수도권에 있는 쓸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어떤 논리도 통하지 않는다. 어느 것 하나라도 지방으로 보내기가 썩 내키지 않는 속내를 더 이상 감추지 말라.??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간 논란을 통해 그 진상이 서서히 드러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 과밀로 인한 폐해는 더 이상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수도권 교통지옥을 해결하려는 정책에 한계가 있음이 확인됐다는 것은 단편적인 사례에 불과하다. 우리 모두가 보다 쾌적한 환경 속에서 잘 먹고 잘사는 이른바 웰빙 한국을 구축하는 대안은 이미 나와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을 위해서라면 그 비용이 문제인가. 그건 결국 우리의 미래를 위한 투자일 뿐이다. 이럴 때일수록 감정적인 논리로 수도권을 볼모로 삼는 일은 없어야 한다. 대안 없는 반대는 기득권을 싸고 돌면서 정치적인 이득만을 노리는 꼼수로 비쳐질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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