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경 우송대 총장

잘 알다시피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는 부존 자원이 매우 빈약한 곳이다. 따라서 우리는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외국으로부터 원자재를 수입해야 하며 이를 위해 쉬지 않고 외화를 벌어들여야 하는 태생적 운명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1960년대 이후 우리 정부가 취해 온 일관된 전략 모델은 '중저가 공산품 위주의 대선진국 수출'을 통한 경제 성장이었다. 우리 정부나 기업이 주창하는 '세계화' 또는 '국제화'의 핵심에는 이 전통적 모델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세계화 패러다임은 이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로 그 효용성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첫째,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을 대상으로 한 제품의 수출은 국내 인건비의 상승과 더불어 새로이 신흥 공업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 인도네시아 등에 밀려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반면, 중국과 아세안 국가 등에 대한 수출은 확대일로에 있다. 둘째, 우리 사회가 최근 선진국형의 정보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제조업 중심의 성장과 고용 창출이 점차 한계를 맞이하고 있다.

따라서 당면한 21세기는 우리에게 새로운 세계화 모델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수출의 대상으로 반드시 유형적인 제품만을 생각하여 왔다. 그러나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제품, 즉 지적재산권을 포함한 다양한 서비스의 수출로 시각을 넓혀야 마땅하다. "공장은 중국에 다 몰린다"라고 말할 만큼 제조업 부문에서의 중국의 성장세를 고려할 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서비스 기반의 경제를 하루빨리 형성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만 향후 급변하는 세계 경제 환경에서도 한국은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정부도 최근 지식서비스 등 서비스 수출을 지원하는 '서비스 수출 증진대책'을 발표하는 등 이에 대한 대비를 서두르고 있다. 따라서 프랜차이즈, 영화, 패션 등과 같은 문화산업, 교육·문화콘텐츠, IT 기술 등 서비스 수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강화돼야 하며, 기업과 대학은 경쟁력 있는 서비스 부문을 개발하고 확산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한편, 우리는 이제 선진국보다는 개발도상국으로 눈을 돌려야 하겠다. 지금까지 우리는 배우고 모방하기 위해서라도 선진국 지향의 세계화를 추진해 왔지만, 이제는 우리의 경제 개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를 필요로 하는 국가로 진출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특히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인도차이나 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남아시아 지역은 매우 매력적인 진출거점이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이 지역의 국가들은 풍부한 자원과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경제 개발의 소프트웨어적인 요소가 부족하다. 또한 이들 국가들은 발전 모델을 한국에서 찾고자 하는 공통적인 현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와 문화적 공감대도 높아 우리의 지적서비스 산업이 가장 쉽게 적용될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최근 이들 국가에 TV 드라마나 영화 수출을 통한 한류(韓流)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는 현상이 이를 증명한다고 하겠다.

세계화의 중심축을 이들 동남아시아 국가로 이동하여 우리의 개발 경험과 경영 노하우, 교육시스템, 문화콘텐츠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적 인프라를 이식하는 일은 당장의 상품 몇 억 달러 수출에 비교되지 않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는 대내적으로는 서비스 기반 경제로의 산업구조 재편을 유발하여 우리 사회의 현안인 청년실업문제에 대한 확실한 해결책이 될 것이며, 대외적으로는 한류 열풍을 지속적으로 이어가서 미래의 주요 교역 파트너를 우리 편으로 공고히 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다. 이 같은 세계화의 중심축 이동은 당연히 우리 청년들에게도 세계관의 전환을 요구한다. 종전과 같은 선진국 일변도의 유학이나 문화 이해에서 벗어나 젊은이들 스스로가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포커스를 맞춘 공부를 하며 진로를 개척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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