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환 경제부 차장

가끔 운전을 하다보면 자동차와 자동차 사이에서 위험천만한 곡예운전을 벌이는 오토바이를 볼 수 있다.

차선을 위반하거나 신호를 지키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횡단보도를 이용해 보행자들 사이를 오가기도 한다. 그런 이유로 오토바이 퀵기사들은 ‘도로 위의 무법자’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물론 모든 퀵기사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고 일부의 얘기다.

그런데 퀵기사들의 열악한 업무환경과 그들만의 ‘시스템’을 이해하게 된다면 어느정도는 그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퀵서비스는 그 이름처럼 빠른 배송을 위해 생겨난 직종이다.

출퇴근 시간은 물론 상습정체구역에서도 오토바이는 기동성을 발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퀵서비스 업계의 불합리한 시스템이 퀵기사들로 하여금 기동성을 넘어 무리한 운행을 하도록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대전지역 퀵서비스 업계는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15개 업체와 10여개 군소업체 등이 운영되고 있으며 소속된 기사는 300~400명에 달한다.

시장 규모로 볼 때 이미 공급이 수요를 넘어섰다는게 업계의 판단이다.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면서 업체들 사이에선 자연스럽게 가격경쟁이 촉발됐고 그 결과로 10년전 5000원이던 기본요금은 3800원까지 떨어졌다.

요금의 20%를 수수료로 가져가는 업체 입장에선 별로 손해볼게 없지만 퀵기사들에게 요금인하가 곧 수입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기름값과 보험료, 오토바이 수리비는 늘어나고 수입은 줄어든 기사들은 단 한 콜이라도 더 찍기 위해 초를 다투는 운행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오토바이 위에 앉아 빵과 우유로 끼니를 해결하면서도 늘 시선은 PDA에 뜨는 배송정보에 고정될 수 밖에 없다.

차선을 넘나드는 곡예운전을 해서라도 배송건 수를 늘려야 하고 기준을 넘어서는 물품도 고객 요구에 따라 기본요금만 받고 배송해야 한다.

그래야만 최소한의 한 달 생활비를 벌 수 있다. 반면 업체들은 수익이 감소하면 가격을 낮추고 기사를 늘려 그들의 희생을 통해서라도 수익을 확보하고 있다. 퀵기사들의 희생이 커지는 만큼 업체의 수익은 늘어난다.

최근에는 현재의 불합리한 구조에 맞서고자 뜻있는 몇몇 기사들이 모여 퀵서비스 협동조합을 추진하고 나섰다. 그러나 기존업체와의 서약서에 발목이 잡혀 협동조합 추진이 난항을 겪고 있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고 인간답게 살 권리를 스스로 확보하겠다는 그들의 행보가 너무나 험난해 보인다.

매일 도로위에서 사투를 벌이는 퀵기사들은 눈길, 빗길이 위험하고 자신의 생명이 소중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교통법규를 지키고 안전운전을 해야 사고가 나지 않는다는 것도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속도경쟁은 그냥 이겨야하는 단순한 싸움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위험하고 외로운 싸움이다.

운전을 하다 퀵 오토바이를 보게 되면 ‘도로 위의 무법자’라고 짜증만 낼 것이 아니라 그들이 처한 환경과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목숨 걸고 달리는 처절한 싸움을 한 번 쯤은 생각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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