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환(경제부 차장)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했다.

전세계 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자임하는 미국에서도 230여년 역사 동안 단 한 명도 배출되지 않은 여성 대통령이 우리나라에서 먼저 나온 것이다.

아직까지도 유교문화와 남아선호사상에서 기인한 남성우월주의가 잔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할 때 ‘여성 대통령’은 그 상징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대선에서 박 대통령이 당선될 당시 여성계 안팎에서 여성권익 신장과 양성평등 진전에 대한 기대의 목소리가 나왔던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은 여성 대통령이 나왔다고 기뻐하거나 큰 기대를 가질만한 상황은 아닌듯 싶다.

많은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해 각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이른바 ‘여성신화’를 써나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대다수의 여성들은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많은 차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가 조사한 ‘공공기관 임직원 여성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288개 공공기관 전체임원 2990명 가운데 여성 임원은 8.8%인 263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3년 세계최초로 공공기관 여성임원 할당제를 도입한 노르웨이의 42%와 비교하면 5분의 1에 불과하고 아시아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마저도 대부분 비상임이사이고 상임이사는 단 7명으로 전체 0.2%에 그치고 있는 현실이다.

또 임원 승진을 위한 관문인 1급 여성간부는 2.6%에 불과했고 2급 여성간부 역시 4.2%에 그치고 있다.

최근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공무원 사회에서도 여성공무원 비율이 30%를 넘어섰지만 4급이상 간부 가운데 여성비율은 4%에 불과하다.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들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 여성이 대학을 졸업하고 기업에 취업하는 비율은 서구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임원까지 승진할 수 있는 비율은 1%에 머물고 있다.

겉으로는 양장평등과 공정한 사회를 말하지만 현실은 엄연한 ‘유리천장(여성 승진을 가로막는 제도적·관행적 장벽)’이 견고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유리천장’은 임신과 육아 등으로 가뜩이나 불리한 상황에 처해있는 여성들의 경제활동을 더욱 위축시켜 결국 악순환을 고착시킬 수 밖에 없다.

여성의 경제활동 위축은 국민소득에 악영향을 끼치게 되고 야심차게 출발한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 당시 공공기관 여성 관리자 목표제 도입과 여성인재 10만명 양성 및 기업 여성임원 3배 늘리기 등을 공약한 바 있다.

물론 이전 대통령들도 여성의 사회활동 보장과 차별철폐를 위한 무수한 공약들을 내걸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지켜지리란 기대도 사실 높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다르다. 여성 대통령이 취임한 만큼 우리사회에 견고하게 자리잡은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을 깨달라는 바람과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과거 대통령들처럼 여성에 대한 공약을 흐지부지 지키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실망 또한 더 클 수밖에 없다.

우리사회의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서는 여성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보다 여성의 강점이 사회 곳곳에서 발휘되고 여성의 능력이 공정하게 평가받는 세상을 만든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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