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 대전시 예산담당관

전 세계에 많은 도시가 있지만 도쿄나 런던 같은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도시를 제외하고 대전시처럼 지난 100여 년 사이에 형성돼 뛰어난 성과를 만든 도시를 꼽자면 단연 싱가포르가 떠오른다.

1965년에 독립한 싱가포르는 불과 반세기 만에 아시아의 물류, 금융, 교통의 중심지로 도약했고 세계적인 도시 경쟁력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도시 자체가 곧 국가라는 특이점이 있어 대전과 직접적 비교는 간단하지 않지만, 인구에 비해 좁은 면적의 토지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하는지에 대해서는 참고할 점이 많다.

많은 사람이 싱가포르가 가진 높은 도시 경쟁력을 만든 주역으로 도시 개발청(URA, Urban Redevelopment Authority)과 도시주택청(HDB, Housing&Development Board)을 꼽는다.

1974년에 설립된 도시개발청(URA)의 홈페이지에는 자체 기능을 ‘싱가포르의 토지이용 계획과 보존을 담당하는 기관’(We are Singapore’s land use planning and conservation authority)이라고 명시하고 독립한 지 60년도 안 된 신생 도시국가 싱가포르의 경쟁력을 견인해 왔다. 또 하나의 기관은 도시주택청(HDB)이다. 상대적으로 좁은 국토에 과밀한 인구 약 601만 명이 거주하며 전 국민의 91%가 주택을 보유해 내 집 보유 비율은 세계 1위인데 그 주택의 80%가 넘는 100만 세대의 아파트를 도시주택청(HDB)이 공급했다.

싱가포르의 높은 도시 경쟁력에 큰 역할을 하는 도시개발청(URA)이나 도시주택청(HDB)과 유사한 기능을 가진 기관이 대전에도 있으니 바로 대전도시공사다.

1993년 창사 이후 주거복지나 환경 관련 사업에 주력해 왔지만, 대전시 민선 8기 출범 이후에는 산업단지 조성과 도시재생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하는 중이다.

그동안 대전도시공사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대전의 대규모 개발사업은 국가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도했던 것이 사실이다.

조(兆) 단위 사업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을 이끌어가기에는 도시공사의 자본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았고 사업에 대한 경험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안, 갑천지구 택지개발이나 남대전, 하소 등 산업용지 개발에서 축적한 대전도시공사의 역량은 대전시 핵심 사업인 500만 평 산업단지 조성과 도시재생을 충분히 주도할 만하고 이에 따라 시와 도시공사가 함께 자본과 인력 부족 등 그간 사업 확장을 가로막던 허들을 하나씩 뛰어넘는 중이다.

대전도시공사가 더 큰 지방공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필요조건은 갖춰졌다.

공익과 수익의 동시 창출이라는 모든 공기업이 당면한 과제를 피할 수는 없지만, 무엇보다 시민 행복과 도시 경쟁력 제고라는 비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지난 30년간 대전도시공사가 대전시의 성장과 보조를 맞추는 역할이었다면, 앞으로의 30년은 세계와 경쟁하는 일류 경제 도시 대전을 선도하는 대전도시공사가 되기를 시민과 함께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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