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란 수필가

프랑스의 과학철학자 앙투안 오귀스탱 쿠르노는 마주침은 독립적인 계열들 사이에서 일어난다고 한다. 마주침은 접촉과 같은 선상에 있다. 평행하지 않은 두 직선은 언젠가 마주치는 교차점이 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건과 사건 사이의 관계는 마주침에 의해 다른 일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28세 여자의 오빠와 29세 남자는 전혀 다른 계열이다. 각기 다른 계열이 동시에 아는 지인에게 결혼 상대를 부탁한다. 이는 하나의 독립된 또 다른 계열의 시작, 한 가정을 이루는 시작점이 된다. 내리는 비를 보면서 사유한 알튀세르의 마주침의 철학을 생각 한다. 마주침은 우발적이다. 전혀 본적도 없는 남편과 나는 그렇게 우발적 접촉에 의해 결혼에 이른다.

나의 하루의 마주침은 산에서 시작된다. 산에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부딪치고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는 소리가 가득하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다. 맑은 공기가 있고, 들꽃들, 나무들, 바위틈 이끼와 청설모, 이름 모를 생명들의 움직임과 마주친다. 새소리, 바람 소리, 솔향 스치는 소리, 등산객의 나직한 발걸음 소리도 마주한다.

산에서는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들과 만난다. 부인의 팔짱을 끼고 산을 오르는 시각장애 어르신, 고혈압 완화를 위해 맨발로 걷는 중년여성, 체중조절을 위해 뛰어서 산을 오르는 청년, 산악자전거를 타고 힘겹게 오르며 자신을 다스리는 동호인들과 마주한다. 모두 건강한 마주침이다.

강은교 시인의 시<물길의 소리>를 읊어본다. 시인은 물가에 앉아 물소리에 귀 기울인다. 물방울과 물방울, 물방울과 다른 사물이 부딪치며 내는 소리를 듣는다. 돌, 바위, 달, 소나무의 뿌리 등 물길이 몸을 비비는 소리를 찾아낸다. 마주침은 또 하나의 그 무엇이 될 수 있다. 마주치는 모든 것들은 내가 ‘너’가 되고 ‘너’가 ‘내’가 되어 ‘우리’가 된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길을 낸다. 무심코 지나가는 사람들의 마음에 귀 기울여 본다. 서로의 마음이 마주치면 삶의 활력을 준다. 물방울이 또 다른 무엇과 부딪치며 흐르다 큰 바다를 이루듯이, 서로의 삶을 응원하는 사람들의 만남은 ‘살만한 세상이라고’ 마음의 치유를 얻게 한다.

개구리 한 마리가 가는 발길을 멈추게 한다. 끔뻑거리며 내게 눈맞춤을 하잔다. "좋은 아침입니다", "건강하세요", "오늘 하루 행복 하세요"

등산객들이 서로 마주치며 나누는 인사말이 건강한 기운을 더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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