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

이번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낮 최고 35℃를 넘나드는 폭염이 이어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밤에도 30℃를 넘는 초열대야 현상이 관측되기도 했다. 폭염 이전 장마 기간은 31일로 평년과 비슷했지만, 비 내린 날의 강수량(강수 강도)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마 전후에도 많은 비가 내려 이제 우리도 장마 대신 ‘우기(雨期)’라는 표현을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폭염이 물러갈 무렵에는 초강력 태풍이 한반도를 관통해 크고 작은 상처를 남겼다.

우리만 그랬던 건 아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극단적 기상은 세계적 현상이다. 이라크 등 중동에서는 기온이 50℃를 넘어서는 살인적인 더위가 기록됐고, 미 중서부와 지중해 연안의 남유럽 전역에서 40℃ 이상의 폭염이 이어졌다. 지난 7월 지구의 평균기온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구 온난화 시대가 끝나고 지구 열대화 시대가 시작됐다"는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말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불타는 여름이었다.

그래도 계절의 변화를 이길 수는 없는 법. 그렇게 기세등등했던 폭염도 한풀 꺾이고 아침저녁 살갗에 닿는 공기의 온도가 확연히 달라졌다. 입추와 말복에 이어 다음 주면 어느덧 처서(處暑)이니 이제 여름과의 작별을 준비할 시기가 된 것이다. 계절의 변화는 해마다 반복되지만, 이번 여름을 보내는 우리의 소회는 다를 수밖에 없다. 비단 폭염과 폭우, 태풍이 이어진 거친 계절 탓만은 아니다. 가슴 아픈 사건사고도 잦았던 여름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사랑하는 이들과 여름밤의 추억을 남기고 싶은 분들께 ‘2023 유성재즈&맥주페스타(이하 유재페)’를 권한다. 8월 18일부터 20일까지 유림공원에서 펼쳐지는 유재페는 크고 화려하지 않아도 휴식과 힐링의 요소를 갖춘 대표적인 ‘저비용 고효율 축제’라고 감히 자부한다. 3일 내내 이어지는 재즈 공연은 지나가는 여름을 아쉬워하며 다가오는 가을을 맞이하는 세레나데와도 같다. 행사장에서 선보이는 수제 맥주는 심신의 피로와 갈증을 풀어주는 일종의 청량제다.

믿고 즐기는 축제로 자리매김한 유재페는 올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우선 지난해 이틀에서 올해는 사흘로 행사 기간이 늘었다. 유림공원 동편 잔디광장에서 진행하던 행사를 서편광장까지 확장했다. 종전까지 일회용 컵에 제공하던 맥주를 다회용 컵으로 바꾸고 폐목재를 활용해 부스를 설치하는 등 친환경 축제로 치러진다. 여기에 유성경찰서의 협조를 받아 혹시 모를 안전사고 등에 대비해 순찰을 대폭 강화한다. 축제 참가자들은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맥주 한 모금만 마셔도 절대 운전대를 잡아서는 안 된다.

별도의 준비물은 없다. 재즈의 선율과 수제 맥주의 맛을 음미할 수 있는 이완된 몸과 마음만 있으면 된다. 저물어 가는 한여름 밤, 재즈와 맥주를 즐기며 지난여름의 신산했던 일들도 함께 떠나보내자. 그것이 유성구의 특별한 여름 작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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