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문·취재2팀 정치사회담당 기자

‘동해에서 난다. 처음 이름은 목어(木魚)였는데, 전 왕조에서 그것을 좋아하는 임금이 계셔서 은어(銀魚)로 고쳐 불렀고, 많이 드셔 싫증나자 다시 고쳐 환목어(還木魚)라고 불렀다.’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소설 ‘홍길동전’의 저자인 허균의 또 다른 저서, ‘도문대작’에 실려 있는 도루묵과 관련된 설화에 대한 내용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한번쯤은 들어봤을 ‘말짱 도루묵(아무 소득이 없는 헛된 일이나 헛수고를 속 되게 이르는 말)’이란 관용적 표현에 들어있는 그 생선 말이다.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연초부터 정치권을 달구고 있는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보고 있자니 문득 제철이 지난 도루묵의 존재가 떠오른다. 2023년 새해가 밝자마자 정치권은 정치 양극화 해소 등이 시급하다며 중대선거구제 도입,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개선 등 각종 선거제도 개편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 초 ‘대표성이 좀 더 강화되는 방안 검토’를 언급하며 중대선거구제 도입 필요성을 시사했고,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역 간 갈등과 대립의 원인이 현행 소선거구제에 있다는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승자 독식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한 선거구에서 한 명을 뽑는 현행 소선거구제보다 2인 이상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가 효과적이란 얘기로 들린다. 이후 국회에서는 세부적인 내용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중대선거구제 시행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발의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 21대 총선부터 도입됐지만 비례대표 국회의원만을 공천하는 위성정당의 등장으로 그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을 받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대신할 방안들도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정치권 내에서는 지금의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분명하다. 같은 국회의원 사이에서도 이해 관계와 선거제도에 대한 생각 차이가 커 뜻을 모으기 어려운 데다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이 오히려 정치 양극화를 부추길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선거제도 개편이 현실화 되기 위해서는 이견 없는 정치권의 공감대가 확실하게 뒷받침 돼야 한다.

전부가 아닌 일부만 확신하는 선거제도 개편 논의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결국 시도 자체가 말짱 도루묵이 될 수 밖에 없다. 내년 총선 선거구 획정 시한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 보다 더 적극적이고 속도감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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