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기름유출 사고 벌써 15주년
자원봉사자 노력에 빠르게 회복
극복 기념물 세계유산으로 등재
郡, 국민 헌신 잊지 않으려 노력

▲ 2007년 기름유출사고 당시 방제작업에 나선 자원봉사자들 모습. 태안군 제공

[충청투데이 박기명 기자] 2007년 발생한 태안기름유출사고가 15주년을 맞았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해상사고였던 태안 기름유출 사고 발생 15년만인 지난달 26일 뜻깊은 소식이 전해졌다. 태안 유류피해 극복 기념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에 등재됐다는 소식이다. 태안 유류피해 극복 기념물은 기름유출 사고와 그 극복과정을 담은 22만 2129건의 기록물로 당시 사고로 삶의 터전을 한 순간에 잃어버린 피해지역 주민들의 생존을 위한 사투, 그리고 123만명에 달하는 전국의 자원봉사자들의 헌신 등이 담겨있다.

◆15년 전, 그날의 기록

2007년 12월 7일 오전 7시6분, 삼성중공업 해상크레인 예인선단과 홍콩 선적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가 만리포 앞바다에서 충돌했다. 이 사고로 유조선에 실려 있던 원유 1만 2547㎘가 유출됐다.

기상상태가 나빠 초기대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름은 순식간에 태안반도 연안으로 밀려들었고 사고 이튿날인 8일에는 원북면과 소원면의 해수욕장 및 항포구까지 기름으로 뒤덮였다. 사고지점에서 수십㎞ 떨어진 태안읍 시내에서도 기름의 역한 냄새를 맡을 수 있을 정도로 사고 규모는 매우 컸다.

군은 사고발생 직후 예비비 2억 5000만원을 긴급 배정했으며 공무원과 군인 등 2700여명이 즉각 현장에 투입됐다.

◆123만 자원봉사자들과 군민들의 헌신

사태의 심각성과 시급성을 인식한 충남도와 정부 역시 곧바로 나섰다. 충남도는 재난대책반을 설치했고 정부는 사고 다음날 곧바로 태안 등 6개 시·군에 대해 ‘재난사태’를 선포한 데 이어 11일에는 ‘특별재난지역’으로 격상 선포했다.

전국의 자원봉사자들 역시 태안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많은 날은 하루 6만명을 넘기기도 했으며, 총 123만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기꺼이 태안을 찾아 기름을 퍼내고 묵묵히 바위와 돌을 닦았다.

이 사고로 태안은 양식장 380개소 4627㏊, 해안선 167㎞, 해수욕장 15개소, 도서 24개소가 오염됐다. 이들 모든 지역에는 자원봉사자의 발자취가 남아있다.

IMF 구제금융 당시 금모으기 운동에 이어 다시 한 번 국민의 저력을 보여줬다는 찬사가 이어졌다.

"당시 어려운 여건이었는데도 많은 분들께서 와주셨어요. 군민들도 감사한 마음으로 그분들과 함께 했고, 저희도 밤낮으로 일하다가 사고 발생 2개월 후인 설 연휴가 돼서야 딱 하루를 쉬었죠. 그만큼 다들 헌신적이었어요." 사고 당시 방제물품 배부 업무를 맡았던 태안군 공직자의 회상이다.

◆ ‘절망’을 ‘희망’으로

방제작업은 빠르게 진행돼 2008년 3월말 경에는 해수욕장 등 지역은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 이후 군 등 방제당국은 전문방제 작업으로 서서히 작업을 전환했으며 2008년 6월에는 자원봉사자의 현장 투입이 종료됐고 11월말 취약지역 방제와 환경정화 중심의 마무리 방제도 끝을 맺었다.

9월에는 군내 모든 지역에서 어민들이 조업에 나서기 시작했다. 또 6월에는 구름포 해수욕장을 제외한 관내 모든 해수욕장이 개장해 손님맞이에 나섰다.

군은 사고 2년 뒤인 2009년 안면도 국제꽃박람회를 개최, 200만명의 관람객을 유치하며 태안 재기의 전환점과 발판을 동시에 마련했다.

회복까지 몇십 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태안 바다는 국민들의 관심과 헌신, 그리고 군민들의 노력으로 빠르게 푸른색을 되찾았고 이후 태안은 연간 10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관광도시의 명성을 다시금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또 2017년 9월에는 유류피해극복기념관이 개관했으며 지난달 26일에는 태안 유류피해 극복 기념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에 등재됐다.

태안군은 사고 당시 큰 도움을 준 123만 자원봉사자들의 노고를 기억하기 위해 디지털 기념비인 ‘명예의 전당’을 운영하는 등 국민들의 헌신을 잊지 않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태안=박기명 기자kmpark31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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