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구 청주시 청원구 교통지도팀장

▲ 한현구 청주시 청원구 교통지도팀장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술래의 말소리에 따라 게임의 참여자가 일제히 가거나 멈춰 선다. ‘무궁화 꽃~’은 성인들이 어렸을 적에 즐겼던 그리고 지금도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놀이의 하나다. 어디고 친구 여럿이 공터에 모이면 아무런 도구 없이 가능한 게 장점이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술래를 정하고 술래의 음성을 들으며 참가자가 동작을 취하고 게임 중에 다음 술래가 정해지는 어린이용 유희다.

최근에 우리나라가 한국어로 만들고 넷플릭스에서 배포한 K-드라마인 ‘오징어게임’ 서비스가 제공되는 83개국 모두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그 덕에 드라마에 등장하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해 오던 6가지 놀이가 큰 주목을 끌게 되었고 그중 ‘무궁화꽃~’을 비롯하여 딱지치기 같은 놀이가 여러 국가의 각지에서 현지 사람들에 의하여 실연되는 등 그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다.

1990년대 이후 국내에서 대형 TV 드라마가 제작되었고 높은 시청률을 바탕으로 외국에 판매하면서 중국, 일본 등을 중심으로 한류가 시작되었다. 국산 드라마가 아시아, 중동, 남미 등 지역을 확대하며 상당한 관심과 인기를 끌게 되자 이어서 다양한 한국의 문화상품과 제조품이 날개 돋친 듯 수출되기에 이른다. K-팝, 푸드, 영화, 게임, 티브이, 냉장고 등이 그것이다. 십여 년 전부터는 외국인이 한글에 대하여 공부하거나 직접 찾아와 체험하는 일이 늘어났다. 이런 기세가 세계 팝 시장을 강타하더니 급기야 한국 냄새가 물씬 나는 오징어게임이 결정타를 날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 회사인 넷플릭스는 비디오 대여업체로 1997년에 설립된 후, 역발상(기존의 대여에서 구독으로 방식 전환)으로 부동의 업계 강자였던 블록버스터를 무너뜨리고 최강자로 등극한다.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천 알고리즘을 장착하고, 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에서 직접 제작하는 생산자로 사업 범위를 확대하였으며, 투자비를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오징어게임에 자금을 댄 것도 우연한 일이 아니라 계산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감독과 배우가 만들고 출연한 이 특별한 드라마를 보며, 수많은 외국인이 한국의 전래 놀이와 한국인의 정서를 접하곤 웃고 울기에, 우리 스스로가 놀라는 중이다. 여기에 나오는 여러 가지 놀이가 현실에서는 매우 단순하지만, 드라마 내 게임 전후나 전개 과정에서는 복잡다단한 심사와 인간관계가 투영되어 있다. 폭력, 사기, 공포, 배려, 사랑 등이 뒤섞여서 보는 내내 눈을 떼지 못하게 하고 감정이입이 된다. 부채라는 절박한 현실과 생사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접목시켜 더욱 긴박감을 높인다. 내가 만일 그런 상황에 놓인다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판단을 내릴까. 이 드라마의 작가 겸 감독은 자본주의의 폐단, 현대사회의 비정함 그리고 인간의 순수성을 함께 묘사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생각건대, 상대방을 꺾으며 사는 세상이 아니라 서로를 높이며 함께 살아가는 세계가 정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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