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수 서원대학교 교수·직업학박사

크롬볼츠(John D. Krumboltz)교수는 수많은 비즈니스맨들의 진로를 조사했는데, 그 결과 성공한 사람들 중에 자신의 계획에 따라 성공한 경우는 20%정도에 불과하고 80%인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연하게 발생한 일이나 예기치 않게 만난 사람을 통하여 성공에 이른다고 하였다. 적성, 흥미, 성격 등도 진로결정의 중요한 기준이 되지만 실제 삶에서 발생하는 우연적 사건에 의하여 진로가 바뀌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내가 지금에 이르기까지를 돌이켜 보면 훨씬 더 설득력이 있는 이론이다.

그렇다면 막연히 운에 맡기고 기다린다고 우연한 사건이 자신의 진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그것은 아니다. 우연한 사건을 인지하고 그 사건을 진로에 있어서 하나의 기회로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크롬볼츠는 우연을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학습 기회를 탐색하는 호기심과 좌절에도 불구하고 노력을 지속하는 인내심, 태도와 상황을 변화시키는 융통성, 새로운 기회가 올 때 그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낙관성, 불확실한 결과 앞에서도 행동하는 위험감수 등의 다섯 가지 기술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주위에서 성공을 이룬 사람들이나 진로상담과정에서 장애를 잘 극복하는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의 진로결정요인에서는 계획된 우연과 관련한 이러한 다섯 가지 기술 모두가 잘 드러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은 항상 새로운 것을 학습하거나 무언가를 시도하는데 주저함이 없었으며, 진로장벽에 부딪치는 어려움에 좌절하기 보다는 지속적으로 극복하고자 노력해가려는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상황에 대하여 수동적이지 않고 적극적인 개입을 통한 창조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어떤 사태에 직면하더라도 그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이를 도전으로 또한 기회로 받아들이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계획된 우연은 진로결정에 있어 예기치 못한 상황 혹은 사람과의 조우를 통해 진로가 마치 우연처럼 결정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진로 방향성을 결정하고 결정된 진로방향성 영역 내에서 끊임없는 변화와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 생애에 진로의 역동성이 필요한 시기, 즉 진학이나, 취업, 전직과 이직, 퇴직 등 생애주기에 있어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하여 불안해 하지 않고 방황하지도 않으며 자신의 진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우연은 객관적으로도 존재한다. 이런 의미에서의 우연은 원인을 알 수 없는 것이거나 원인이 없는 것이 아니며, 어떤 인과계열 또는 법칙이 이들 자신에게서 생기지 않은 것을 말한다. 그러나 거기에는 변함없이 어떤 방향으로 작용하는 필연적인 법칙이 있어 그 법칙은 많은 곡절과 변화를 겪으면서도 결국 실현되는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행복(Happy)의 어원은 행운(Hap)과 우연(Chance)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우리가 주변에서 뜻하지 않게 만난 사람과 의도하지 않은 상황은 우리의 진로에서 행복으로 다가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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