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철 충청남도교육감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모래알로 떡 해놓고 조약돌로 소반지어 언니 누나 모셔다가 맛있게도 냠냠’. 뜨거운 한 여름에도 야외에서 얼굴이 까맣게 타고 팔뚝 허물이 벗겨지도록 모래놀이를 하며 부르던 노래다. 선크림을 바르지 않고 뙤약볕에 나가는 것이 두렵지 않았던 시절, 아이들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온 몸으로 햇살을 받아내다 도저히 견디기 어려우면 근처 미루나무 그늘 아래로 피신하거나 개울이라도 있으면 풍덩 뛰어들어 멱도 감으면서 여름을 보냈다. 피서나 해외여행이 일반화 되기 이전의 7~80년대 추억이다.

 90년대 들어서는 경제성장과 함께 산으로 바다로 또는 큰 맘 먹고 해외로 피서를 가는 게 유행이었다. SNS에는 여름철 휴가지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기 바빴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다. 작년부터 이어진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의 이동이나 여행은 극도로 위축됐다. 지금 전국은 코로나 방역 3단계이다. 더군다나 올해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짧은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연일 맹위를 떨치고 있다. 서울의 경우 폭염과 열대야 일수가 이미 평년 수준을 넘어섰다. 지난달 29일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은 올 여름 열대야 일수가 13.0일을 기록, 이미 여름철(6~8월) 평년(12.5일) 수준을 뛰어 넘었다. 같은 기간 폭염 일수는 11.0일로 평년(8.7일)을 한참 앞질렀다. 폭염은 일 최고기온이 33도를 웃도는 날이며, 열대야는 밤사이(오후6시부터 다음날 오전9시) 일 최저기온이 25도를 웃돌 때를 말한다.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캐나다 밴쿠버 지역은 최고기온이 최고 50도까지 오르면서 밴쿠버에서만 100여 명이 숨졌다고 한다. 바닷가의 조개들은 입을 벌리고 아예 조개찜이 됐다고 한다. 이 모두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열돔(Heat Dome)현상 때문이다. 이는 제트기류가 약해진 상태에서 고기압이 특정 지역에 정체되면서 덥고 건조한 공기를 반구형모양으로 가둬놓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고온현상은 필연적으로 산불을 동반하게 되는데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일어난 캐나다 산불화재에 대해 “캐나다 서부 지역 주민들이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 도입부와 같은 삶을 살고 있다”며 “이것이 바로 기후변화가 우리에게 가져 온 결말”이라고 덧붙였다.

 전 지구적인 감염병과 지구 온난화로 인한 폭염을 우리는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사실 현재로선 답이 없다. 아직 코로나 백신 접종률은 낮고 지구 온난화에 대한 각 나라의 대책도 신통치 않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희망은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의학적인 대응은 날로 발전할 것이고 기후 위기에 대한 전 세계적인 공감대는 커지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우리는 자연의 섭리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하나밖에 없는 지구를 살리고 기후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는 때로는 잠시의 불편을 참고 견디는 힘이 필요하다.

 덥다고 에어컨만 찾지 말고 몸을 움직여 보자. 이른 아침엔 바람이 시원하다. 창문을 열어 집안을 환기시키고, 한낮의 무더위엔 오히려 땀을 좀 내보자. 한지로 만든 부채라도 부쳐보면 시원한 자연 바람도 느낄 수 있다. 코로나 19로 외부 활동이 어렵지만 저녁엔 집 주변의 공원이나 산책길을 함께 걸어보자. 아이들과 오순도순 얘기도 나누고 땀이 나더라도 샤워하고 잠자리에 들면 오히려 폭염과 상반되는 시원함이 있다.

 주말이면 좀 더 자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요즘은 근처에 갈 만한 산과 계곡도 많다. 걸으면서 지나는 나무 그늘도 크기와 두께에 그 시원함이 다르다. 흐르는 땀은 산비탈을 따라 불어오는 바람이 식혀줄 것이고 맴~맴~ 울리는 매미소리와 졸졸졸 흐르는 계곡물 소리는 듣는 것만으로도 청량함이 느껴질 것이다.

 폭염은 우리에게 더위를 인정하고 견디는 힘을 길러주고, 또한 다가 올 가을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해준다. 이 여름을 견디고 나면 코로나로 부터도 조금은 벗어나 보길 희망한다.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이는 이 여름의 뜨거운 햇살을 받아야만 과일과 곡식이 옹골차게 여물어가고 풍성한 가을이 온다. 자연의 섭리를 안다는 건, 계절을 안다는 것이요 다른 말로 ‘철이든다’는 것이다. ‘교육은 철들게 하는 것이다’라는 말처럼 이 더운 여름을 견뎌내면 어느새 선선한 결실의 계절이 온다는 걸 우리 아이들에게도 자연 속에서 몸소 느끼게 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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