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문화 산증인 이명종 옹]
스무살때 시작해 60년간 2001번 주례
가난 극복한 부부 등 다양한 사연 접해

▲ 이명종 옹이 1968년 12월 23일 대전 유성구(당시 유성면)에서 결혼식 축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명종 옹 제공
▲ 이명종 옹이 2005년 5월 대전 서구 한 예식장에서 주례를 진행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모습. 이명종 옹 제공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결혼을 통해 우리는 평생을 불안에서 벗어나 안정감을 갖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단순하고 평범한 말이지만 불변의 진리지요. 청년층이 혼인을 피한다는 말에 안타까움이 큽니다.”

반세기가 넘도록 충청권에서 2000쌍이 넘는 부부의 결혼식 주례를 선 이명종 옹은 결혼이 가진 의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올해 팔순을 맞은 그는 세월에 따라 변화를 거듭한 결혼식 문화의 산증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스무살 무렵 첫 주례를 맡았다. 제천 한수국민학교 재학 중에 은사의 제안으로 웅변대회에 나간 이후부터 웅변가로서 면모를 보였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기 전까진 각종 토론대회에 숱하게 참여했다.

이런 그에게 국민학교 동창은 결혼식 축사를 의뢰했고 1961년 12월 첫 주례를 맡게 됐다. 이후 그가 한국조폐공사를 정년퇴임하고 민주평통 자문회의 상임위원과 한국기계연구원 감사 등을 역임하면서도 총 60년간 주례를 서왔고 지난 4월 대전에서 2001번째를 맞았다.

그동안 이명종 옹은 광복절 식을 올린 일본인 신랑부터 봄날 열린 101세 조모의 손자 결혼식, 가난이나 장애를 극복한 부부 등 다양한 사연을 마주했다. 한 집에서 2~3남매가 모두 이명종 옹에게 주례를 의뢰한 경우도 20여곳을 넘어섰다.

그 과정에서 그는 느낀 점과 결혼, 주례에 대한 공부 내용 등을 운영 중인 카페를 통해 기록해 나갔고 변화한 결혼식 문화의 발자취가 됐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주례를 서기도 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경험을 하기도 했다.

반세기가 넘는 시간 다양한 사연을 접한 이명종 옹은 “지금도 주례를 섰던 부부들이 잘 생활하고 있단 소식을 접할 때 반갑기 그지 없다”며 “결혼은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태어났을 땐 부모의 기억, 죽을 땐 가족의 기억에 남겠지만 결혼은 당사자가 기억하게 될 가장 큰 행사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그는 “과거엔 당연히 해야할 일이었지만 최근엔 청년들이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출산율 저하로 이어지고 국가적으로 큰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안정적인 일자리와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된다”며 “가정이 건강해야 사회가 안정된다는 점에서 우리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명종 옹은 이번 주에도 주례에 나설 예정이다. 그는 “많은 이들이 결혼생활 속에서 참된 행복을 찾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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