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곤 세종특별자치시선거관리위원회 사무처장

미국은 지난 해 11월 대통령선거 이후로 우편투표와 사전투표 부정의혹으로 두 달 이상 선거 결과가 확정되지 않았다.

트럼프는 이번 선거에서 박빙의 차이로 진 주(州)에서 부정선거 소송을 제기하며 선거결과 확정을 지연시켰다. 그는 선거에서 패배한 후보가 깨끗하게 선거 결과에 승복하고 당선자를 축하해온 전통을 단절시켰다. 심지어 지난 1월 6일에 의회에서 대통령 당선자를 결정하는 선거인단 투표를 방해하도록 지지자들을 선동했고 폭도로 돌변한 시위대는 불법적으로 의사당을 점거했다. 이런 모든 장면들은 전 세계에 생중계되어 미국의 민주주의는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트럼프라는 한 정치인에 의해 민주주의 종주국인 미국에서 너무나도 쉽게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남의 나라 일로만 보이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해 4월 15일 국회의원선거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한 명의 감염자도 없이 성공적으로 치러졌지만, 부정선거에 대한 의혹들이 구체적인 증거도 없이, 조작된 내용의 재생산을 통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누군가는 이렇게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과연 선거결과에 모두가 승복한 경우가 있었는지, 부정선거 의혹제기가 없었던 선거가 과연 있었는지 말이다.

항상 패배한 측에서는 선거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패배의 원인을 선거부정에서 찾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선거관리 과정에서 나타난 선거결과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 단순한 실수나 오류들을 마치 부정선거가 있었던 것처럼 주장하고, 유튜브 등을 활용하여 확대·재생산하기도 한다.

이런 행위는 선거관리에 대한 신뢰 뿐만 아니라 국가기관과 사회에 대한 신뢰까지 무너뜨린다.

선거관리는 다른 어떤 국가사무보다 공정성과 정확성이 중요하다. 그래서 헌법은 선거관리위원회를 별도의 독립기관으로 규정하고 있고, 누구든 선거관리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선거관리위원회가 주도적으로 부정선거를 실시했다면 선거관리 과정에 참여한 정당 추천 위원들과 투·개표참관인이 먼저 발견하고 고발하거나 소송을 제기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투·개표사무원, 공정선거지원단, 각급선거관리위원회 위원·직원 등 투·개표 과정에 참여한 인력 수십만 명 중 한 사람쯤은 양심선언을 했을것이다.

물론 선거관리위원회가 공정하고 정확하게 선거를 관리하고 있는지 유권자들이 감시하고 감독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선거부정을 주장한다면 결국 미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만 훼손시킬 뿐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국민들이 편리하게 유권자로서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계획하고 있지만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불신 때문에 이를 실시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또 불신을 방지하기 위해 선거관리 절차를 더욱 촘촘하고 투명하게 규정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는 결국 우리나라와 국민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초래할 것이다.

정당 또는 후보자가 국민의 표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해 선거운동을 했지만 아쉽게 낙선할 수 있다. 하지만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근거 없는 의혹으로 부정선거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것은 표를 던진 국민의 의사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가 바로 서고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의사에 대한 존중과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신뢰가 반드시 필요하다. 신뢰를 흔들고 부수기는 쉬워도 쌓아 올리기는 정말로 어렵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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