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야구인들 도전의 장
흉물로 전락… 곳곳에 위험요소
보수 기미도 안보여 시민 분통
대전시체육회는 손놓은 상태

▲ 방치돼 있는 의자들. 사진=서유빈 기자
▲ 방치돼 있는 의자들. 사진=서유빈 기자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 “갑천야구장은 대전 사회인 야구팀들이 저마다의 ‘불꽃 투혼’을 벌이는 도전의 장이었는데 하루아침 새 도시 속 흉물이 됐네요.”

지난 주말 방문한 대전 대덕구 문평동 갑천변에 위치한 갑천 야구 공원은 주말 아마추어 야구인들의 열기를 찾아볼 수 없이 스산했다.

지난해 여름, 대전을 강타한 수해 피해로 흙으로 된 그라운드가 여기저기 갈라져 도저히 야구장으로 사용이 불가능해 보였다.

총 8면으로 구분된 구장들 사이 놓인 높이 1.5m의 그물 펜스를 비롯해 야구팀이 사용했을 법한 테이블, 의자 모두 녹이 슬어 위험 요소가 곳곳에 놓인 상황이었다.

이밖에도 관중석으로 이용되는 계단형 데크와 갑천 야구 공원 사용수칙이 담긴 안내판도 원래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망가져 흡사 전시상황을 방불케 했다.

2008년에 개장한 갑천야구장은 1~8구장으로 이뤄져 오랜 시간 대전 사회인 야구의 메카로 자리매김해 왔다.

하지만 수해 이후 새해가 밝도록 보수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탓에 이곳을 사용하던 800여개 사회인 야구팀은 분통이 터진다는 반응이다.

한 사회인 야구팀원은 “주말 야구가 유일한 낙인데 갑천야구장을 사용하지 못하게 됐을 때 코로나19를 넘어선 참담함을 느꼈다”며 “올해 사회인 야구 리그 재개가 불투명한 상황인데도 대전시체육회와 협회는 합리적인 방안을 강구한다고 말만 한다. 생활체육 야구인들은 누구를 믿고 야구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방치 사태가 계속되자 아마추어 야구인 외에 갑천 야구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도 역시 불안함을 내비치고 있다.

대덕구에 거주 중인 이모(48) 씨는 “주말마다 아이를 데리고 나와 야구 경기를 구경하기도 하고 갈대밭을 따라 산책도 종종 했는데 얼마 전부터 위험천만한 장소가 됐다”며 “넓은 부지를 마냥 방치하지 말고 보수를 하든 다른 공간으로 탈바꿈하든 대책을 찾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현재 갑천 야구 공원은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대전시하천관리사업소가 대전시체육회에 위·수탁을 맡기고 실질적인 운영은 시체육회 소속 회원단체인 대전시야구소프트볼협회에서 담당하고 있다.

위탁 협약상 수탁 받은 기관이 모든 운영을 책임지는 조건으로 무상 대여 중이지만 관리·감독을 해야 할 대전시체육회는 사실상 손을 놓는 모양새다.

대전시체육회 관계자는 “갑천야구장에 대한 보수·운영은 대전시야구소프트볼협회에서 부담하는 조건으로 관리를 맡겼다”며 “현재는 해당 협회가 선거를 앞두고 있어 차기 협회장 선출이 끝나면 하천관리사업소와 논의를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

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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