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YTN 충청본부장

오합지중(烏合之衆). 뜻은 '까마귀를 모아 놓은 군대'로 훈련도 안 되고 위계서열과 규율도 없는 어설픈 병사 무리를 가리킨다.

세월이 지나면서 이 성어는 어중이떠중이들이 뭔가를 하겠다고 모인 형국에 비유된다.

오합지중 탄생의 사연은 이렇다.

중국 전한 말에 대사마 왕랑이 평제(平帝)를 죽이고 황제를 자처했다. 유수(후에 후한 광무제)가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군사를 일으키자 이를 돕겠다고 후베이성 태수의 아들 경엄이 나섰다. 가는 도중 부하 손창과 위포가 왕랑을 지지하며 유수 돕기를 거부하고 왕랑의 휘하로 가겠다고 강변했다.

대로한 경엄은 두 부하를 군사들 앞으로 끌어냈고 목을 내리칠 기세였다. 참수 직전 그들에게 일침을 놓았다.

"왕랑의 군대는 '까마귀 떼를 모아 놓은 무리'나 다름없는데 내가 그들을 치는 것은 시든 나무를 꺾는 것과 같아 왕랑을 곧 사로잡을 것이다. 어찌 사리 분별을 못 하고 멸문의 길을 가려고 하느냐?"

'까마귀 떼를 모아 놓은 무리'가 '오합지중'이다. '중'은 병사들을 의미하므로 병사를 뜻하는 '졸(卒)'로 바뀌어 '오합지졸'로 불리기도 한다.

오합지중. 어디다 비유해도 썩 좋은 말이 아니다. 그 상황에 부딪힌 조직이나 사회, 국가는 참으로 슬픈 일이다.

오합지중의 형국이 요즘 한국이다.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온통 쑥대밭이다. 매우 혼란하거나 못 쓰게 된 모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나라가 오합지중, 쑥대밭이고 국가 통치자들 역시 오합지중이다.

쑥대밭 조성을 방조한 통치자들은 오합지중을 감추기 위해 그 알량한 권력으로 희생양 찾기에 부산하다. 썩은 고기 몇 첨에 유인된 까마귀들만 우글거리는 세상이다.

일사불란(一絲不亂), '한 오라기 실도 흐트러지지 않았다'라는 뜻으로 질서나 체계가 잘 잡혀 있음을 이르는 말과 대립한다. 오합지중과 대립한다.

불행히도 우리에겐 일사불란은 애초에 없었다. 오로지 박제한 까마귀들을 일렬로 세워놓은 위장 일사불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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