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린다. 왜 달리냐고 묻는다면 그냥 달린다고 답한다. 달리기란 그런 것이다. 지구를 발로 밀어내듯 달리는 건 중력을 떨쳐내는 일이다. 처음 달리기는 러닝머신으로 시작했다. 걷기에서 달리기로 옮겨간 첫 번째 사건이었다. 러닝머신이라고 불리는 트레드밀(treadmill)은 원래 죄수들에게 벌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19세기 세계 전역의 교도소 수감자들은 곡물을 빻기 위해 몇 시간이고 트레드밀 위를 걸어야했다. 고된 육체노동이 탈옥 의욕을 떨어뜨린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걷지 않으면 넘어지고, 뛰지 않으면 쓰러지는 기계 위에서, 인간은 걷거나 뛰며 유쾌한 고통을 즐긴다.
▶보통 성인은 하루에 2500~3000㎉를 먹는다. 숨 쉬면서 가만히 있어도 1500㎉가 쓰이고 일상적인 활동으로 1200㎉가 소비된다. 이를 덧셈, 뺄셈해보면 대략 300㎉가 몸속에 쓰레기로 남는다. 하루 밥 한 공기에 해당하는 여분이다.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을 경우 한 달에 1㎏이상의 살이 찐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루 1만보’가 바로 300㎉를 잡는 특효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착각한다. 내심 자신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고로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얘기는 뛰지 않겠다는 변명이다.
▶걷기와 달리기 초심자였을 때는 5분이라도 더 자고 싶었다. (아침 꿀잠을 박차고 마당으로 뛰어나가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세 켤레의 밑창을 갈았다. 그 바닥이 닳은 만큼 근육의 질은 두꺼워졌다. 두발로 느끼는 법을 터득하고서야 귀찮아지지 않았고, 살균된 육체의 냄새가 좋아졌다. 달리면서 세상의 이치를 배운다. 걸을 때는 항상 한발이 지면에 닿아있지만 달릴 때는 늘 한발이 지면에서 떨어진다. 한발 앞에 다른 한발을 놓는 식이다. 우리가 달리는 건, 세상을 바꾸려는 게 아니라 단지 세상 안에서 달리고 싶은 것이다. 살면서, 때론 적당한 자기 통제도 필요하다.
나재필 편집부국장 najepil@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