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병헌이 할리우드에 진출해 5번째로 찍은 작품이 국내 관객들을 찾는다.

하지만 큰 기대를 하기에는 작품 자체가 실망스럽다. 이병헌이 맡은 캐릭터에 대한 설명도 부족해 그의 연기를 평가하기도 어렵다.

영화 '미스컨덕트'는 옛 여자친구로부터 입수한 대형 제약회사의 비밀을 바탕으로 거액의 소송을 제기하려는 한 변호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벤(조쉬 더하멜)은 소송에서 11연승을 거둔 잘 나가는 변호사다. 1년 전 부인 샬럿(앨리스 이브)이 아이를 사산하고 나서 부인과의 관계가 서먹해졌다.

그런 사이 10년 전 사귀었던 전 여자친구 에밀리(말린 애커맨)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연락했다.

알고 보니 에밀리는 대형 제약회사의 아서 데일 회장(안소니 홉킨스)의 내연녀였다.

그는 우연히 데일 회장의 컴퓨터에서 이 회사의 비리가 담긴 파일을 입수했는데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 모르겠다고 벤에게 털어놓는다.

벤은 이 파일을 넘겨받아 자신이 다니는 로펌의 최고경영자 찰스(알 파치노)에게 보고하고는 데일 회장의 회사를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에밀리는 실종되고 데일 회장에게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는 문자가 온다.

데일 회장은 에밀리를 찾기 위한 사설 추적팀을 가동한다. 하지만 에밀리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벤이 에밀리를 만나러 그의 아지트에 갔다가 에밀리의 시신을 발견했던 것.

벤은 에밀리 변사 사건에 연루되면 아내에게 외도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워 에밀리 시신을 남겨두고 사건 현장을 떠난다.

하지만 상황은 꼬여 벤은 에밀리의 살해 용의자로 경찰의 추적을 받게 된다. 이 사건 너머에 벤이 모르는 거대한 음모가 진행 중이었다.

영화는 스릴러 장르의 문법에 따라 반전에 반전을 시도하지만 사건의 전개 중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 적지 않다. '저 장면에서 왜 저랬을까'라는 의문이 자주 제기된다.

특히 이병헌의 역할이 애매모호하다. 영화 정보상 그는 찰스 로펌의 회계사로 나오는데 영화에서 그가 회계사임을 알 수 있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영화에서 그려진 이병헌의 역은 오히려 '해결사'에 가까운데 회계사인 그가 왜 궂은일을 자처하는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마지막에 이를 암시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과연 그 이유 때문에 그런 일을 저지르나'라는 의문이 든다.

이병헌의 '최후'는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다. 출연 분량도 적고 캐릭터의 설정도 개연성이 떨어져 이 영화가 과연 배우 이병헌을 제대로 대우하는지 의문이 들기까지 한다.

이병헌이 한국의 내로라하는 배우이고 할리우드에서도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 '지.아이.조 2', '레드: 더 레전드', '터미네이터 제네시스' 등에서 조연으로 경력을 쌓아온 배우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영화에서 정사 장면 등 일부 장면이 때아닌 블러 처리가 된 점도 눈에 거슬린다.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으려는 조처로 보인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 17세 이상 관람가 등급인 'R 등급'을 받았다.

3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105분.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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