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박진환 사회부 차장

최근 각종 언론에서 '마피아(MAFIA)'라는 용어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마피아는 원래 19세기 시칠리아섬을 주름잡던 반정부 비밀결사 조직으로, 20세기 들어와 미국의 금주법으로 급속히 세력을 확장한 국제 범죄조직을 말한다. 1930년대 마피아는 합의제인 위원회를 통해 조직을 운영했고, 조직 수뇌부는 모두 이탈리아인들로 구성됐다. 이 때문에 혈통을 중심으로 한 폐쇄적인 조직문화, 비밀주의 등으로 일컫어지는 조직이나 기관을 현대에서도 마피아로 일컫는다.

한국 사회에서도 옛 재정경제부 출신들이 산하기관을 장악해 마피아처럼 거대세력을 구축한 것을 빗대 '모피아'라 불렸고, 최근에는 원전 마피아가 자주 거론된다. 그동안 원자력 업계는 학연을 중심으로 한 전문성·독점주의를 통해 원전 마피아를 구성, 납품사와 시험기관, 원청사 간 유착으로 대변되는 비리의 온상이 됐다.

문제는 우리 사회의 만연된 마피아 문화가 비단 원자력 업계에 국한되지 않고, 신성한 교육계에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현직 교육감의 구속으로 홍역을 겪고 있는 충남교육을 보면 재판 과정에서 비리 백태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교육전문직(장학사) 선발 과정에서 특정인을 위해 맞춤형 계열을 신설하는가 하면 시험 응시 자격을 변경하기도 했다. 또 교장공모제를 통해 특정 인사를 교장에 발탁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도출해 냈다. 아직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이들과 공모했거나 비슷한 유형의 인사 비리는 충남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지역 교육계의 특징을 보면 특정 대학 출신들이 교육청과 교육지원청, 일선학교의 주요 보직을 독점하고 있어 인사 비리에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내·외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역 교육계의 그동안의 행태를 보면 특정 학교 출신 중 눈에 띄는 교원을 낙점, 자신들의 이너서클(조직의 권력을 쥐고 있는 핵심층)로 들어올 것을 권유한다.

이 조직에 들어온 교원은 승진에 유리한 부서, 학교 등에 근무하며, 좋은 성적을 받고, 장학사로 승승장구하며, 지역 교육계를 좌지우지하게 된다. 이들은 또 과거 1930대 마피아처럼 차기 수장을 미리 낙점한 뒤 추대하는 방식으로 자신들만의 세력을 더욱 공고히 한다. 이처럼 영화에서나 볼 듯 한 일들이 지역 교육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면서도 외부 통제나 여론 수렴 등의 공정하고, 객관적인 절차 이행은 대부분 생략하거나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역의 한 교육계 고위인사는 "우리는 지역 교육을 책임지는 사람들이자, 교육행정의 최고 전문가들이다. 언론이나 일반 시민들이 내용도 잘 모른 채 접근하게 둘 수는 없다. 우리가 알아서 잘 챙기고, 나중에 알려도 늦지 않다"며 폐쇄적인 조직 문화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다.

시민들의 의식수준은 이미 교원들에 대한 직접 통제가 가능할 정도로 성숙해졌고, 언론인들도 교육정책에 대한 주요 사안을 직접 건의할 정도로 전문화됐다. 무엇보다 지역 교육계는 스스로 정화할 수 없을 정도로 신뢰를 잃었다. 교육계는 과거 관행처럼 이어지던 행태를 버리고, 시민들의 고견을 청취,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대전교육청도 대안학교, 과학고 전환·설립 추진 등과 같은 밀실행정을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시민과 함께 고민하는 교육행정을 이끌어야 한다.

과거 마피아와 같은 조직으로 남을 지 21세기 창조교육을 통해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는 전문인으로 존경받을지 이제 지역 교육인 스스로 선택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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