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박진환 문화과학부 차장

그 시작은 경제에서 비롯됐다.

한반도를 포함, 일본과 중국, 미국, 러시아 등은 자국의 심각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카드로 보수화를 선택했다. 특히 일본 집권세력은 주변국들과의 마찰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대중적 지지를 기반으로 한 우경화의 길을 걷게 된다.

또 상징적인 국가원수에 불과했던 일왕이 다시 정치의 핵으로 등장했고, 일왕을 중심으로 강력한 군대를 만들었다.

이에 아시아 최대 패권국가인 중국은 일본과 충돌하기 시작했고, 일본은 다시 이를 자국민들을 결속시키는 하나의 정치적 수단으로 악용했다. 미국도 일본의 우경화를 경계하면서도 아시아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이를 용인해주면서 동아시아에 전운이 감돌았다. 우리나라는 경제·정치적 불안이 확산되면서 보수층이 재결집했지만 정부 내 친일파와 친중파, 친미파, 친러파 등이 정국의 주도권을 놓고, 갈등관계가 이어졌다.

결국 일본은 한반도 내 친일파를 통해 독립과 영토보전을 명분으로 한국을 정치·군사적으로 지배하는 한일의정서를 조인시킨 뒤 자주외교권을 박탈하고, 보호국화했다.

그 뒤 일본은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침략전쟁을 시작했고, 종군위안부, 생화학 실험 등 인간으로서 믿기 힘든 온갖 만행을 계속하다 1945년 8월 미국의 원자폭탄을 경험하고 나서야 '무조건 항복'을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여기까지의 기록은 아직 과거다.

그러나 최근 일본 정부가 보여준 일련의 사건을 꼼꼼히 비교해보면 과연 이것이 100년 전 과거의 역사인지 아니면 현재 진행형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지난달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침략이라는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정해지지 않았다. 국가 간 관계를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국회의원 168명이 제2차 세계대전 전범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했다. 아베 총리는 20년 이상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 국민들의 감정을 자극하며, 강한 일본, 강한 군대를 역설하고 있다.

올 7월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대승하게 된다면 헌법 개정과 집단적 자위권 개정, 자위대의 국방군화 추진 등 일본의 군사 대국화는 명약관약해질 전망이다. 여기에 일왕의 정치·법적 신분도 다시 복원하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일본 국민들 역시 과거와 비슷한 양상이다.

현재 일본의 중도층은 집권세력인 자민당과 아베 총리에게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과거를 부정하든, 군사 대국화를 결정하든, 주변국가 국민들의 심정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일본 정치인들과 국민들은 오로지 경제 회복만을 바라며, 제3차 세계대전까지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반면 우리의 상황은 어떠한가.

초등학생 때부터 고등학생, 심지어 대학생들까지 우리의 역사를 외면한 채 오로지 국어와 영어, 수학에 묻혀 있다가 취업준비로 20대를 마감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연일 망언을 쏟아내고 있을 때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머나먼 남의 나라 이야기로 치부하며, 연예인 소식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

가정에서도 우리 학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올바른 역사의식을 길러주기 보다는 대학 진학에 유리한 과목이나 스펙 쌓기에 좋은 정보만 전달하기에 급급한 것이 현실이다.

미래를 보기 위해서는 과거를 알아야 한다.

과거 100년 전 망국의 아픔을 다시 겪지 않고, 번영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의 변화된 자세와 철저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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