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김대환 경제부 차장

‘눈치작전’, ‘눈치없는 사람’, ‘눈치가 보인다’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말 가운데 ‘눈치’가 들어가는 말은 대체로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원래 말 뜻은 일의 정황이나 남의 마음 따위를 상황으로부터 미루어 알아내는 힘을 의미하지만 어떤 상황에서 상대방을 신경쓰거나 의식해야 하는 경우에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정치와 정치인에게 있어서는 ‘눈치’라는 단어가 긍정적으로 쓰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정치인들은 국민의 ‘눈치’를 봐야하기 때문이다.

당선을 위해 내놓은 무수한 공약들을 지킬 의지가 별로 없는 정치인이라도 유권자들의 눈치를 본다면 공약을 지키려는 최소한의 노력은 하게 된다.

국민의 눈치를 보면서 정책을 만들고 국민의 눈치를 보면서 정치를 한다면 자신들의 특권을 강화하는 법안을 슬쩍 통과시키거나 국민과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 듯 뒤집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문제는 현실정치에서 대부분 정치인들이 국민들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정당이나 윗선의 눈치만을 본다는데 있다. 선거를 앞두고는 공천을 받기 위해 당 윗선의 눈치를 보고 당선이 된 이후에는 상임위 배정과 당내 보직을 위해 또 윗선 눈치만을 보는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의 눈치를 보는 일은 안중에도 없고 ‘염치’없는 정치인이 되고 만다.

염치는 ‘체면을 생각하거나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라는 뜻으로 ‘눈치’와 함께 정치인에게 꼭 필요한 단어라고 생각한다.

최근 새정부 장·차관급 인선에서 낙마한 몇몇 내정자들은 정치인에게 ‘염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든다.

총리가 되겠다는 사람은 부동산 투기 의혹과 아들의 병역 면제가 논란이 됐고, 공정한 법집행을 책임져야할 법무부 차관은 입에 담기 민망한 성접대 의혹이 제기됐다.

국가안보를 책임져야할 국방부장관 내정자는 부동산 투기 의혹과 자원개발회사 주식 보유 누락 등 30가지가 넘는 의혹으로 ‘의혹종결자’라는 별명을 얻었고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도 해외비자금 운용을 통한 탈세 의혹이 제기됐다.

그런데 이들은 스스로의 흠결을 잘 알면서도 청와대의 자리 제안을 ‘덥석’ 물고는 의혹이 제기되면 일단 ‘몰랐다’는 말과 ‘유감’이라는 말로 어물쩡 넘어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으면 그 때서야 어쩔 수 없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사퇴했다.

끝까지 버티다 부인할 수 없는 결정적인 치부들이 드러나고서야 만신창이가 된 채 물러나는 모습은 보기 안쓰러울 정도다.

만약 이들이 국민들의 ‘눈치’를 보거나 ‘염치’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스스로 흠결이 있는 상황에서 장관이든 차관이든 공직 제안이 들어왔을 때 국민들의 ‘눈치’를 봐야할 것을 걱정했다면 쉽사리 수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내정 이후 수많은 의혹들이 제기됐을 때 체면을 생각하거나 부끄럼움을 아는 ‘염치’가 있었다면 끝까지 버티기로 일관하거나 기자회견을 자청해 변명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부동산 투기 의혹과 성접대 의혹, 탈세 의혹 등으로 내정자들이 줄줄이 낙마한 새정부의 ‘인사참사’를 지켜보면서 국민의 ‘눈치’를 살피며 ‘염치’있는 행동을 하는 진정한 ‘정치’가 아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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